신세계갤러리에서 자연의 경이로움과 지나온 시간을 담은 식물들로 채워진 보태닉 정원이 펼쳐집니다. 식물을 테마로 역사적 사건을 은유하는 나현의 작업과 작가 구지연의 섬세한 식물세밀화(Botanical Art)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자연을 채집하는 행위는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 왔습니다. 식물 채집은 오늘날에는 의식주의 영역에서 확장되어 미적 가치의 재현, 더 나아가 문명의 흐름을 반영하면서 시대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금계국, 비수리, 서양미역취, 자리공 이파리 등 낯설고 버려진 땅에 새롭게 자리잡고 서식하는 귀화식물은 작가 나현에게 있어서 바벨탑 사건 이후 구분되고 새로이 생겨난 하나의 언어로 은유 됩니다. 난지도의 귀화식물을 채집하여 이를 건조하고 압화, 이를 사진 찍고 드로잉 과정을 거친 <식물채집-난지도> 작업에서 작가는 서울의 난지도를 독일 베를린 악마의 산으로 연결시키고 이를 인간의 오만함을 보여주는 바벨탑의 유적으로 비유합니다. 새로운 언어로서의 귀화식물을 채집한 이 작업에서 인간과 자연의 관계, 지난 역사를 바라보며 삶의 진실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사색이 드러납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서는 작은 꽃잎 하나, 잎사귀 하나, 뿌리 등을 관찰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정교하게 이를 재현해내는 작가 구지연의 식물세밀화가 전시됩니다. 이것은 식물이 실제 자라고 있는 곳에서의 드로잉 등 작가의 식물에 대한 과학적이고 시각적인 채집을 전제로 합니다. 자연 안에 서서 자연을 그려내는 작가의 식물세밀화는 우리로 하여금 자연을 돌아보게 하며, 기록에 초점을 두는 식물세밀화 작업은 사라져가며 기억에서 잊혀지는 식물 종을 재현하는 학술적인 의미도 지닙니다. 제주한란, 각시붓꽃, 광릉요강꽃, 칠석정 등을 재현한 식물세밀화는 예술적 가치를 지니며 우리는 화폭 안에서 다시 새롭게 살아나는 식물을 통해 생동하는 생의 아름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한편, 자유로운 선을 지닌 여러 송이의 튤립을 그린 <우리는..그러나 We are..however>는 인간 군상과 닮아 있어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듯 합니다.
식물 이미지로 가득한 공간과 자연의 하얀 여백과 같이 비워진 공간이 전시장 안에 채워집니다. 은유적인 예술의 사색들을 식물을 통해 보여주는 현대미술작품 속에서 치유와 안식의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