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를 졸업하고 서울예전 사진과를 졸업한 구성연 작가는 예상치 못한 곳에 엉뚱한 사물을 배치하거나 형태적 유사성을 지닌 사물들을 통해 속성을 재해석합니다. 대표작 <sugar>는 설탕을 녹여 만든 사물들이 겉으로는 화려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조명에도 녹아내리는 존재일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았으며, 작가가 사물을 바라보는 뛰어난 관찰력과 색다른 관점이 높게 평가되어 제25회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고려대학교 조형예술학부와 이화여자대학교 동양화 전공 석사를 졸업한 박진주 작가는 자신의 신체를 화폭에 담아 자존에 대한 고민과 동시에 스스로를 숨기고자 하면서도 드러내고자 하는 이중적인 욕망을 표현해 온 작가입니다. 이번 제 25회 광주신세계미술제1차 선정작가전에 선보인 대표작 <덧난>, <Finger Skin>은 빛을 투과하는 비단을 활용해 피부의 질감을 표현함과 동시에 세밀한 디테일을 강조하는 표현력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아 신진작가상을 수상하게 되었습니다.
구성연을 대상 작가로 선정한 것은 그가 지금까지 이룩한 예술적 성과가 뛰어난 점도 작용했으나 과거의 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기 언어를 더 견고하게 벼리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최근 작업은 플라스틱 용기(容器)를 잘라 봉건시대에는 지조의 상징이었던 사군자의난초를 재연한 것으로서 실재와 가상, 현실과 이념의 경계를 떠올리게 만든다. 모래, 돌, 플라스틱 풀잎으로 연출된 가상의 정원은 이미 사라져 버린 과거지사로 향한 향수를 떠올리게 할 뿐만 아니라 동시에 포화상태에 이른 플라스틱 쓰레기가 만든 인류세의 정물화에 대한 상상을 자극한다.
비단 위에 자신의 신체를 재현한 박진주의 작품은 그림을 지탱하는 틀과 비단 표면 사이에 형성된 거리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보다 감각적이며 신비롭게 느끼도록 만든 방법이 독특했다. 사실 자신의 신체에 생긴 상처를 통해 자아정체성을 표현한 작업 자체는 새롭다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자신의 방법을 꾸준하게 발전, 심화시킴으로써 독자적인 언어를 구축한 성실한 태도는 높이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그렇더라도 더 발전된 작업을 위해 작품에 나타난 제한점들, 예컨대 자기 신체의 재현 후에는 무엇을 그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 제한된 크기에 머무를 것인지, 검은 배경에 스푸마토로 재현한 방법을 발전시킬 방안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숙고할 필요가 있다. 조언이나 제안으로 받아주면 감사하겠다.
신진작가상에 박진주와 송석우 사이에서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면에 천착한 출발이 자칫 자기 안에 갇히거나 확장 가능성이 제한되는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나 신진작가이고 조금 더 마음을 움직인다는 점에서 박진주가 결정되었다. 대상은 유지원과 구성원에서 의견이 갈렸다. 그러나 구성연의 축적된 작업량, 주제를 구현하는 작품의 완결성, 안정된 작업 안에서도 끊임없이 새로운 작업을 시도하는 작가적 태도가 대상으로 인정되었다. 자기만의 시간표로 길 없는 길을 가는 작가들에게 상은 잠시의 위로이고 이벤트다. 큰 차이가 없는 예술세계에서 각기 다양한 이유로 많은 상이 만들어지기를 희망한다. 좋은 전시를 만들어 준 8명 모두에게 감사와 축하를 보내고 싶다. 수상한 작가는 상도 받았으니 자유롭지 않을 이유가 없다. 다음 전시를 기대한다.
신진작가로 선정된 박진주는 본인의 작업에 대한 분명한 주제의식과 방향성을 바탕으로 작품에 대해 분명하게 프리젠테이션하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본인의 신체와 내면에 대한 관심과 집중에서 출발한 파편화된 자화상들은 작가 스스로에 대한 탐색인 동시에 작가가 그 기반으로 삼고 있는 주제와 장르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스스로를 대상화함으로써 작가는 본인이 가장 진실되게 이야기하고 표현할 수 있는 대상을 발견했다. 눈에 잘 띄지 않는 상처나 신체의 일부분을 선택하여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을 통해 충분히 형상을 갖추었으나 뚜렷하지 않은, 아련한 분위기를 자아내기 위해 비단을 지지체로 이용하고 표현에 적합한 제작방식을 선택한 것은 본인의 전공인 동양화 재료를 바탕으로 주제 표현에 적합한 재료 실험의 결과이다. 본인의 컬러를 충분히 갖춘 만큼 동일한 주제와 제작 방식에 머무르는 대신 새로운 단계로의 모색이 필요하며, 그 결과 또한 기대하게 된다.
구성연 작가는 설탕을 녹여 만든 사물을 통해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조명 등의 열과 환경에 취약한 물질의 성질을 드러내며 관람객의 시각에 반전의 질문을 던지는 ‘설탕시리즈’ 작품을 선보여 왔다. 구성연의 사진은 존재하는 피사체를 선택하는 방식에서 떠나 본인이 사진으로 찍어내고자 하는 피사체를 스스로 오브제로 제작하여 사진으로 옮기는 방식이다. 따라서 작가는 존재하는 순간을 포착하는 방식이 아니라, 본인이 보여주고자 하는 오브제와 이미지를 오랜 시간 공들여 창조한 다음, 연출하는 이미지로 축적된 시간과 과정까지 담아냈다. 따라서 사진이되 공예적인 크라프트맨 십을 느낄 수 있는 독창성 등이 주목받아 왔다. 이번 공모에서 구성연은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는 전시 계획을 제시했다. 그를 대상작가로 선정한 것은 능숙한 기존의 주제와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진하는 중진작가의 의미 있는 행보에 보내는 심의위원들의 신뢰와 응원의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