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식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파리가 아닌 리옹으로 향하자. 리옹이 미식의 도시로 부상한 것은 론알프스에 산재한 송로버섯과 밤, 훌륭한 닭 농장과 강을 따라 들어선 와이너리까지 함께하기 때문. 무엇보다 프랑스 요리의 거장 알랭 뒤카스Alain Ducasse가 가장 존경하는 셰프로 꼽는 폴보퀴스Paul Bocuse의 공이 크다. 세계 각국에 프랑스 미식을 알리고 국가 훈장까지 수상한 그는 태어나고 자란 리옹에 자신의 레스토랑을 비롯한 요
리 학교를 만들어 셰프를 양성했다. 폴 보퀴스가 남긴 미식의 자취는 심지어 벽화, 재래시장, 박물관, 호텔까지 이어진다. 그러니 리옹을 제대로 보려면 먹고 마시고 즐기는 미식 투어를 경험해야 한다.
첫 번째 코스는 국제 미식 박물관. 2019년 10월 문을 연 이곳은 미식을 오감으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미식의 인문학적 해석을 집대성한 곳이다. 총면적 4,000m2에 달하는 4층 공간에 음식 관련 전시가 수시로 열린다. 웅
장한 천장고, 대리석 몰딩, 거대한 스푼 장식이 예술 작품처럼 걸린 로비를 보고 있으면 미식에 대한 리옹 사람들의 자부심이 얼마나 대단한지 느낄 수 있다. 박물관에는 요리 연구가들이 음식을 연구할 수 있는 공간인 가스
트로랩과 그로서리 스토어, 레스토랑도 있다.
사실 리옹의 미식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미쉐린 스타 셰프가 아니라 부숑 식당의 안방 주인 같은 평범한 소시민이다. 가정집에 온 듯한 레스토랑에서는 돼지고기 비계를 노르스름하게 구워낸 ‘그라통gratton’, 소고기나 생선살을 반죽해 익힌 ‘크넬quenelles’ 등 각종 식재료로 만든 프랑스 전통 메뉴를 맛볼 수 있다. 여정의 마무리는 식재료 시장 레 알 드 리옹이다. 폴 보퀴스가 생전에 신선한 식재료를 구매하기 위해 즐겨 찾았던 곳으로, 음식 맛
은 싱싱한 식재료에서 출발한다는 진리를 터득할 수 있는 장소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북부 보졸레, 남쪽 코트 뒤 론 와인 산지를 따라 와인 기행을 떠나보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