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1일 막을 내린 US 오픈 테니스 대회는 젊은 챔피언을 배출하며 테니스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남자 단식에서 우승한 신예 카를로스 알카라스는 19세의 나이에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과 동시에 최연소 세계 랭킹 1위를 기록했다. 3년 전부터 US 오픈에서는 도미니크 팀, 다닐 메드베데프, 카를로스 알카라스가 차례로 정상에 오르며 그동안 남자 테니스를 주도해온 ‘빅 3(라파엘 나달, 노바크 조코비치, 로저 페데러)’의 자리를 바꾸는 중이다. 세대교체는 일상에서도 이어진다. 서울 남산 근처의 어느 테니스장. 주말 저녁 9시가 넘었는데도 20~30대 동호인끼리 게임을 하거나 레슨을 받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코트 예약 경쟁이 치열할 때, 사고 싶은 라켓이 품절일 때 인기를 실감해요.” 테니스를 본격적으로 접한 지 1년 반이 되었다는 어느 직장인의 말이다. 그는 얼마 전 롤랑가로스 공식 스토어에서 기념품을 직구하기도 했다.
     모 금융사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발한 2020년 대비 2021년 1~9월 테니스장 이용 건수 증가율은 183%로 매우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 인기에 힘입어 다른 스포츠센터의 개업이 감소하는 것과 달리 테니스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오히려 개업이 늘었다. 요즘은 테니스 코치를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들릴 정도다. 이용 고객 중에는 20대 여성 비중이 2019년 상반기 대비 약 5%p 증가했다. 테니스 특유의 패셔너블한 복장이 인스타그램, 틱톡 등 소셜 미디어를 주로 사용하는 이들에게 인기를 얻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테니스의 인기가 높아진 이유로는 최근 실내 테니스장이 급증하며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점과 소셜 미디어에 인증하기 좋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여기에 테니스를 직접 해보면 실감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이 스포츠는 운동 강도가 높으며, 숙달하기 어렵다. 개인이나 팀 단위로 하는 스포츠 중에서도 MZ세대가 스스로 동기부여를 하며 성장하는 재미를 느끼기에 제격이다.
     이런 분위기는 패션과 테크업계에도 영향을 미쳤다. 루이 비통, 샤넬, 구찌 등 하이엔드 패션 하우스는 테니스를 모티브로 한 라켓 커버· 스니커즈 등을 출시했고, 테니스 톱스타를 전속 모델로 기용했다. 오사카 나오미는 지난해 초부터 루이 비통의 새로운 홍보대사로 활동 중이다.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의 미우미우는 2022년 가을·겨울 컬렉션을 통해 윔블던의 클래식한 테니스 복장에서 영감을 얻은 룩을 선보였다. 나아가 7월 중순에는 프랑스 생트로페에 ‘미우미우 테니스 클럽’이란 이름으로 단 하루 동안 세계에서 가장 패셔너블한 클럽을 열기도 했다. “테니스에는 항상 우아함이 깃들어 있어요. 복장 자체만 봐도 그렇고요.” 라코스테의 최고 브랜드 책임자 캐서린 스핀들러의 말이다. 라코스테 역시 테니스를 일상에서도 즐길 수 있게끔 하는 데 기여한 브랜드다. 스핀들러는 이제 사람들이 꼭 운동할 때가 아니더라도 저녁 외출 자리에서 스포티 룩을 입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테니스의 인기는 코트나 일상, 소셜 미디어 또는 앱에서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