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중순 무렵부터 제주도에서 출발한 봄은 3월이면 이 땅 구석구석에 스며든다. 떠나기 가장 좋은 계절, 나들이를 준비하는 봇짐 꾸리기가 기대되는 계절이다.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암울한 경험만 남긴 것은 아니다. 이토록 긴 시간을 감내하며 여행은 우리가 마음먹고 각오한 뒤 ‘감행’해야 하는 일이 되고야 말았다. 그저 티셔츠 몇 장 챙겨 훌쩍 떠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엄격한 규칙을 지키고 조건을 이행해야만 할 수 있는 신중한 일이 됐다. 팬데믹의 견고하고 삼엄한 벽을 뚫고 여행을 무릅쓰는 이유는 오직 떠나는 것 그 자체만으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감정과 여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위로가 공존하기 때문이 아닐까. 낯선 자연 풍경이나 웅장한 건축물 앞에 섰을 때 느끼는 설렘보다 더 특별하고 찬란한 감정은 없다. 건축은 생활과 머무름에 국한하지 않는다. 여행지에서 멋있고 유명한 건축물을 찾아보고, 그 건축물이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피는 남다른 시선의 여행이 주목받고 있다. 건축은 그 시대의 문화를 조망하고 의식을 반영한다. 그래서 편안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발전해왔다. 여기에 소개하는 공간들은 건축에서 벽이 얼마나 위대한 요소인지 느끼게 해준다. 벽은 단순히 소통을 막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좋지 않은 요소를 차단함으로써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낸다. 일상은 변함없어도 봄은 돌아오고 꽃은 핀다. 굳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좋다. 봄의 설렘을 만끽하며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영감을 충전할 수 있는 건축 테마 여행을 떠나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