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름그린 & 드라그셋
작품 속 신체와 공간
2022/02 • ISSUE 44
엘름그린& 드라그셋 스튜디오 건물은 1924년에 지은 양수 시설로 천장 높이가 12m에 달하며 양 외벽을 둘러 높이가 비슷한 수직 유리창이 줄줄이 나 있다. 국가보호기념물로도 지정된 워낙 특이한 건물이다 보니 낮이건 밤이건 울타리 너머로 행인들이 기웃거린다. 하루는 주변 사정에 참견을 많이 하는 독일인답게 이웃 중 누군가가 스튜디오를 경찰에 신고했다. 건물 안에서 어떤 이가 목을 맸다며. 또 하루는 한 쌍의 젊은이가 대문 앞을 서성이다가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이를 붙잡고 물었다. 여기가 혹시 무용 학원이냐고. 이렇듯 듀오의 작품과 전시에서는 매번 주어진 조건을 전복하는 특정한 신체와 공간, 상황이 제시되고 관객은 끊임없이 각 요소 간의 맥락 속에서 연결 고리를 맺고 끊어본다. 벌써 27년째 이어온 두 사람의 협업은 거의 매일같이 나눈 수다, 대화, 논의에서 솎아낸 ‘이미지적 이야기’의 어리둥절하고 그럴싸한 뭉텅이들 같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이렇게 정리한다.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배경의 공간적·시간적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인물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순서를 뒤바꿨다. 우리가 먼저 이미지를 제시하면관객이 그 이미지를 토대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이렇게 그들이 만들어내는 이미지들을 같이 들여다봤다.
"엘름그린&드라그셋의 작품과 전시에서는 매번 주어진 조건을 전복하는 특정한 신체와 공간, 상황이 제시되고 관객은 끊임없이 각 요소 간의 맥락 속에서 연결 고리를 맺고 끊어본다."
He (Black) 2013(Installation view, Aéroport Mille Plateaux, 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Seoul, 2015) Photo Sang Tae Kim/PLATEAU, Samsung Museum of Art, Seoul, Korea
The Screen 2021(Bronze, lacquer, light-box display, 225×145×40cm) Photo Elmar Vestner
"우리는 균질화된 전시 공간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다. 이를 통해 관객은 본래 정체성을 위장시킨 새로운 조건과 상황에서 작품을 경험할 수 있게 되었다. "
Photo Elmar Vestn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