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음식은 1천7백여 년간 이어져온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으로, 수행이 이루어지는 사찰에서 오랜 세월 불교 정신을 전승해온 음식 문화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했다. 흔히 ‘절 밥’이라고도 불리는 사찰음식은 단순히 ‘절에서 먹는 음식’ 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소박하면서 영양 과잉이 없는 건강식이자 스님들의 수행을 돕는 수행식, 자연을 담은 자연식, 민족의 정서를 담은 전통식, 육류를 배제한 채식 등 다양한 의미를 함축한다. 또 식재료 재배와 손질, 음식을 만드는 조리법은 물론 식사 예법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을 수행의 일환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한국 불교의 모든 역사와 정신이 담겨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찰음식의 정신을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알아야 할 단어는 공양供養으로, 사찰에서는 ‘식사를 한다’고 말하지 않고 ‘공양을 한다’고 표현한다. 공양이란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처님과 스님들께 바치는 일을 일컫는데, 음식을 정성껏 만들어 불전에 올린 뒤 기도하는 마음으로 먹었다. 밥 먹는 것을 식사가 아니라 공양이라고 말하면 음식이라는 대상보다 먹는 나의 마음가짐을 더 중요하게 인식하도록 한다. 스님이 식사 때마다 누군가가 올린 음식을 먹는다는 것을 늘 되새겨보고, 보시한 사람의 은혜를 잊지 않게 하려는 뜻도 있다. 음식을 대할 때는 그 음식에 담긴 수많은 사람의 노고와 자연의 소중함, 음식을 베풀어준 시주자의 공덕에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바로 공양의 마음가짐이다.
이렇듯 사찰음식은 기본적으로 감사와 공경을 포함한다. 음식을 맛을 추구하는 대상으로만 생각한다면 음식에 담긴 감사함은 쉽게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불교에서는 오신채로 불리는 마늘, 파, 부추, 달래, 흥거 등 다섯 가지 채소를 금한다. <능엄경>에서 “오신채는 몸에 힘을 내는 성분이 많기에 이것을 익혀 먹으면 음란한 마음이 일어나고, 날것으로 먹으면 성내는 마음이 일어난다”고 전한 것처럼, 무엇을 먹는다는 것은 우리 몸과 마음을 구성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마치 인간이 우주의 한 부분으로서 원리에 어긋나면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결과를 낳는 것과 같은 이치다. 사찰음식은 천연 조미료를 사용해 영양상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담백할 뿐 아니라 깔끔한 맛을 낸다. 사찰이 자리한 산중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여러 약용식물을 식재료로 활용해 식물이 지닌 약리 작용이 최대한 발휘되도록 조리해 먹음으로써 질병의 예방과 치료제 역할도 겸한다.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는 옛말이 있다. 사찰에서 공양을 하기 전에 외우는 게송인 ‘오관게’를 보면 “건강을 유지하는 약으로 알며 진리를 실천하고자 이 음식을 받습니다”라는 문구가 있는데, 이는 음식 자체에 대한 욕망을 일으키지 않고 오직 수행하기 위해 자신을 치료해주는 약으로서 음식을 섭취해야 함을 강조한다. 음식은 자신의 몸을 치료하는 좋은 약이라고 생각하면 맛을 우선시하고 혀의 만족만을 추구하는 잡념이 사라진다.
마지막으로 가장 주목할 만한 사찰음식의 특징은 육식을 철저히 금한다는 것이다. 불살생不殺生과 생명 존중이라는 불교의 사상적 기반에 근거한 채식 요리는 정신적으로는 상생의 식생활을, 물질적으로는 현대사회가 야기한 여러 병폐에 노출된 식생활을 구원할 대안이다. 또 사찰음식은 한 그릇의 음식을 만들기까지 모든 존재의 인연법을 생각하며 자연과 인간이 함께 살아간다는 것을 알려주는 환경 중심적 음식 문화이자 자연 친화적인 문화다. 어떤 맛일까가 아니라 어떤 마음가짐으로 먹어야 하는가를 되새기며 다른 이의 공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음식을 대한다면 먹는 행위 자체는 수행의 일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