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립니다. 오래 달리는 능력은 연약해 보이는 인간이 두 다리로 서기 시작한 이래 갖게 된 가장 뛰어난 재능 중 하나입니다. 인간은 달리며 살아남았고, 서로를 만나고, 세계를 넓혀왔습니다.
달리는 우리는 자신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게 됩니다. 들숨과 날숨, 조금씩 커지는 심장의 두근거림, 팔과 다리의 반복되는 리듬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는 몸과의 대화는 일상의 든든한 토대이자, 자신의 가능성과 한계를 시험하는 장이 되기도 합니다. 또한, 달리는 우리는 더욱 멀리, 그리고더욱 가까이에서 세상을 마주하게 됩니다. 걸어서는 가지 않았을 곳까지 우리의 발길이 닿고, 멀게만 느껴졌던 세상과의 거리감은 그만큼 가까워집니다.
햇살이 대지를 데우기 직전의 서늘한 공기 속에서 하루를 시작하기도 하고, 밤이 찾아온 뒤에도 식지 않은 열기 속에서 하루를 마무리하기도 합니다. 기온과 습도, 조금씩 뻐근해지는 근육과 달아오른 피부, 콘크리트 건물 사이를 금속 탈것으로 오갈 때는 느낄 수 없던 감각들이 발걸음마다 깨어납니다. 조금 호사스럽게 달리고 싶다면 마라톤 대회장으로 향해봅시다. 더 멀리,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모인 사람들의 열기와 자동차의 것이었던 아스팔트 도로 위에 펼쳐진 주로는 ‘달리기’라는 원초적이고 단순한 행동을 특별하고 예외적인 간으로 변화시킵니다.
그렇게 달리기는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을 바라보는 태도가 됩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역시 저마다의 방식으로 달리는 순간을 담아왔습니다. 힘차게 달려 나가는 작품들을 먼저 소개합니다. 성낙진 작가의 ‘미스터 블랭크’가 캔버스 속을 달리고, ‘댕댕런’ 포스터의 주인공 윤예지 작가 역시 생생한 에너지를 담습니다. 성립 작가의 애니메이션은 전시장에 생명을 불어넣었고, 러닝 인플루언서 네롱TV는 광주 시내를 달리며 남긴 궤적으로 그림을 그리며 달리기 자체를 창작 행위로 바꿉니다.
이제 달리기의 의미는 조금 더 넓어집니다. 영어 단어 ‘Run’이 단순히 뛰는 행위를 넘어, 무언가 운영하고, 흘러가고, 지속하는 움직임까지 포함하듯 우리는 성과를 위해, 놀기 위해, 살기 위해 밤낮으로 달립니다. 이우성 작가는 견디고, 나아가는 이들을 ‘달리는 사람’에 비유하고, 강덕봉 작가의 움직임을 담아낸 조각은 세상을 살아가는 리듬이 정말 우리의 것인지 묻습니다. 때로는 진훈 작가의 회화 속 어린이들처럼 무엇을 향해서가 아니라 피해서 달려도 괜찮을 겁니다.
이마에 맺힌 땀방울 위로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느껴보세요. 바람을 가르며 질주해도 좋고,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가도 괜찮습니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방향으로 나아가다 보면 출발할 때는 미처 예상치 못한 지점에 어느새 도착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곳의 풍경은 우리의 삶을 더욱 다채롭게 만들어 줄 것입니다. 그럼, 오늘도 달려 볼까요. 지금 내디딘 한 걸음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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