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부터 광주·전남의 작가들을 발굴·지원해 온 광주신세계미술제는 지역 미술 문화의 성장과 발전을 견인해 왔습니다. 수상작가 초대전은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개최하는 미술제의 핵심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Out of Body : 희미한 제자리》 전은 2024년 제25회 광주신세계미술제에서 신진작가상을 수상한 ‘박진주’ 작가의 작품 세계를 선보입니다.
박진주 작가는 비단결 위에 살결을 옮기는 회화 작업을 이어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피부에 남은 상처, 멍, 타투, 피어싱의 흔적을 촬영해 회화로 옮김으로써 신체, 특히 ‘피부’가 다채로운 회화의 소재이자 주제가 될 수 있음을 증명합니다. 그에게 피부는 외부와의 경계를 이루는 막이자, 자신을 감추고 동시에 드러내는 매개입니다. 피부의 이러한 양면성은 자신을 숨기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드러내고자 했던 개인의 경험에서 시작하여, 내면과 외부의 관계로 탐구를 확장해 나가는 시각적 언어가 됩니다.
《Out of Body : 희미한 제자리》 전은 작가가 천착해 온 피부 연작을 종합하는 전시이자 앞으로의 변화를 미리 엿볼 기회입니다. 박진주 작가는 전통 동양화의 재료를 바탕으로 하되, 바탕재를 처리하는 포수와 배접 과정을 생략하여 비단 특유의 투명성을 강조한 회화를 만듭니다. 사진처럼 디테일 하진 않지만, 번짐 기법으로 표현한 연하고 부드러운 질감은 비단의 물성과 어우러져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피부를 만들어냅니다. 카메라를 통해 자신의 신체를 포착하며 독특한 거리감을 만들어 냈던 기존 작업들과 함께, 이미지를 더욱 확대하여 멍 자국이 마치 추상회화처럼 보이는 신작을 선보입니다. 또한, 작업을 단순히 벽에 거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매달거나 바닥에 설치함으로써 비단의 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연출 방법을 시도하며 전시의 다채로움을 더합니다.
지난 미술제 심사평에서 박진주 작가의 작업은 “그림을 지탱하는 틀과 비단 표면 사이에 형성된 거리를 활용하여 이미지를 보다 감각적이며 신비롭게 느껴지도록 만드는 방법이 독특했다”라는 평가를 받으며 신진작가상 작가로 선정되었습니다. 《Out of Body : 희미한 제자리》를 통해 나와 외부의 경계, 피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독창적인 시각성과 이야기를 만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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