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신세계갤러리는 추운 겨울의 얼어붙은 시간을 녹여내고 따뜻한 신년을 맞이하기 바라는 마음으로 <Warmscape>展을 개최합니다. 이번 전시는 텍스트를 이용해 풍경을 펼쳐내는 장준석과 온화한 색감과 패턴으로 안식처에 대한 소망을 담아내는 서윤정의 작품을 통해 따뜻한 풍경을 그립니다.
형상 없이 글자 조각만으로 풍경을 그리는 장준석은 ‘꽃’과 ‘숲’의 기호성을 주된 작업으로 이어갑니다. 생명의 상징인 꽃을 고무와 폴리에틸렌 같은 인공적인 재료로 만들어 도식화 합니다. 이러한 작업 과정은 꽃이 가지고 있는 기존의 관념과 거리를 두고 상상의 여지를 더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하나의 단어 안에 공존하는 다양한 의미와 개념들을 자유롭게 확장시킵니다. 머릿속에 각인된 상징을 지워내고, 전시장에 펼쳐진 가공된 꽃과 숲길 안에서 오히려 무한한 환상의 세계를 거닐어보길 희망합니다.
뉴욕, 시카고, 런던 등 여러 도시를 옮겨 다니며 생활한 서윤정은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공간에 대한 소망을 정사각형, 줄무늬, 조각 등으로 연결합니다. 작가는 어린시절 두껍고 무거운 책으로 쌓아 올린 식탁 밑의 공간과 천으로 만든 작은 움막의 아늑한 아지트를 상상합니다. 흩어져 잠재되어 있던 순수한 기억들은 현재의 순간과 맞닿아 온유함을 가진 색과 패턴으로 표현됩니다. 프래임 속에 담긴 작가만의 유토피아는 우리를 따뜻한 기억의 선율로 안내합니다.
눈으로 보이는 장준석과 서윤정의 예술세계는 다른 양태를 보이지만, 두 작가는 상투적인 이미지와 획일화된 맥락을 거스릅니다. 장준석은 ‘꽃’과 ‘숲’의 군집으로 이루어진 풍경을 구현하고, 서윤정은 작은 캔버스와 종이의 질서 안에서 안락함을 탐구합니다. 장준석의 숲길을 거닌 끝에 마주하는 서윤정의 작고 잔잔한 기억의 조각 사이에서 두 작가가 만들어내는 풍경을 색다른 시각으로 온전히 경험 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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