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을 장식한 조형물 <스프링>(2006)으로 우리에게 친근한 팝아트의 대표 작가 클레스 올덴버그(Claes Oldenburg, 1929-)는 일상의 사물을 기념비적 크기로 확대한 조형물로 유명하다. 1929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태어난 올덴버그는 예일대에서 문학과 미술사를 공부하고, 시카고아트인스티튜트(Chicago Art Institute)에서 본격적인 미술수업을 받았다. 졸업 후 56년 뉴욕으로 이주, 해프닝과 퍼포먼스에 참여하며 전위예술계에서 활동하던 그가 입체제작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1961년, 뉴욕 맨하튼의 이스트 빌리지에 <상점 The Store>이라는 가게 겸 설치작업을 시작하면서부터이다.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신발과 드레스, 석고로 만들어진 케이크와 파이 등을 마치 잡화점에 진열된 상품처럼 늘어놓은 <The Store>는 미국사회의 자본주의 소비문화를 상징하는 일용품들의 집합소였다.
이와 같은 일상적 사물들에 대한 관심이 조각적 시도와 맞물린 것은 1960년대 초반에 선보인 이른바 ‘부드러운 조각’ 시리즈이다. 전통적인 조각이 돌이나 나무, 금속 등의 단단하고 반영구적인 재료를 사용했다면, 올덴버그는 과거 조각의 성격을 과감하게 뒤집으며, 비닐이나 천과 같은 부드러운 재료를 사용하고, 용접이나 톱질, 망치질이 아닌 바느질로 조각 작품을 만들었다.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듯 축 늘어진 전기 스위치, 흐느적거려 도저히 앉을 수 없는 좌변기, 비닐로 만든 햄버거는 실물보다 훨씬 크게 부풀려져, 기이하고 우스꽝스러운 모습으로 관람객들을 즐겁게 했다.
올덴버그가 60년대 중반부터 시도해 온 공공미술제작 역시 이런 일상적 오브제의 연장이다.
<건축가의 손수건 Architect's Handkerchief>(1999)은 양복 윗주머니에 멋을 부려 꽂은 신사의 손수건을 형상화했다. 자그마한 손수건이 접힌 모양이 비현실적 크기로 확대되면서 주는 생경함은, 이미 대상의 재현을 벗어나 눈앞의 형태가 주는 조형미로 우리의 관심을 옮겨놓는다. 흔히 접하는 하찮은 사물을 엄숙한 미술관에서 만나는 즐거움은 올덴버그 특유의 익살스러움을 반영하고 있다.
이지은(명지대학교 미술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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