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의 요리를 우리 집에서
2021/02 • ISSUE 33
작은 상자 안에 셰프의 고급 레시피와 신선한 식재료가 모두 담겨 있다.
밀키트로 집에서 다양한 맛집 메뉴를 간편하게 즐겨보자.
editorKim Jihye photographerSim Yunsuk
stylistKim Jinyoung
writer Jeong Donghyun 푸드 칼럼니스트
"사람들은 요리를 하기 위해 밀키트를 산다기보다
유명 셰프 혹은 맛집이나 호텔 음식을 집에서 맛보길 원할 뿐이다."
지금은 밀키트 시대
미국 밀키트 스타트업 블루 에이프런Blue Apron은 2012년에 창업했다. 지금은 익숙하지만 거의 10년 전인 그때 밀키트라는 개념은 신선했다. 매주 바뀌는 메뉴, 셰프가 개발한 레시피, 파란색 앞치마가 그려진 깔끔한 로고와 포장을 앞세운 블루 에이프런은 식재료를구입하고 다듬는 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아낄 뿐 아니라 건강을 지켜준다는 캐치프레이즈로 주목받았다. 밖에서 사 먹는 음식보다 직접 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지만 식재료를 사고 다듬는 것을 귀찮아하는 이들을 공략한다는 전략이었다.
2020년 한 해, 코로나19로 비대면, 언택트라는 단어를 아침 인사하듯 자주 듣게 됐다. 배달 라이더를 구할 수 없어 점심시간에는 배달료에 할증이 더블로 붙기도 한다. 코로나19가 막 세계를 뒤덮던 2020년 3월 18일, 블루 에이프런 주식은 모든 주식이 폭락하던 그날 150% 가까이 상승해 16.25달러를 기록했다. 3월 16일 종가가 2.25달러였으니 사흘 만에 6배가량 오른 것이다. 국내에서도 밀키트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기사가 쏟아진다. 2025년까지 시장이 20배 커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밀키트 시장이 올해 4백억원대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하지만 시장이 파편화되어 정확한 집계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더불어 밀키트를 어떻게 정의하느냐도 시장 규모를 측정하는 데 난관으로 작용한다.
밀키트로 집에서 맛보는 맛집 음식
네이버나 다음에 들어가 ‘밀키트’로 검색하면 김치찌개부터 곱창전골까지 팔지 않는 메뉴가 없을 정도로 품목이 다양하다. 판매자를 보면 대기업부터 중소기업, 그리고 일반 식당까지 다양하다. 말인즉슨 밀키트 시장 장벽이 매우 낮다는 뜻이다. 일반 음식점 허가로도 고객이 요청한다면 포장 형태로 음식을 팔 수 있다. 즉석조리 허가를 받는 것 역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시장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간단하다. 남과 달라야 한다. 그것도 성공적으로. 블루 에이프런이 그랬듯 유명 셰프가 만들었다고 광고하는 업체가 몇 생겼다. 셰프의 노하우는 맛을 좌우하는 소스에 녹여내고 집에서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홍보한다. 사람이 아니라 유명 맛집의 레시피를 옮겨 오기도 한다. 특급 호텔의 레시피, 유명 프랜차이즈의 대표 메뉴를 밀키트로 만드는 것도 또 다른 축이다. 밀키트가 처음 탄생할 때 마케팅 포인트는 이랬다. 사람들은 배달 음식에 불신과 불만을 갖고 있다. 요리하고 싶은 욕구가 있지만 그 과정이 불편해 좌절한다. 요리하는 과정을 단축해준다면 사람들은 기꺼이 돈을 내고 요리할 것이다. 건강에 신경 쓰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직접 요리하길 원할 것이다. 하지만 근래 트렌드를 보면 사람들은 요리를 하기 위해 밀키트를 산다기보다 유명 셰프 혹은 맛집이나 호텔 음식을 집에서 맛보길 원할 뿐이다. 또 밀키트를 사는 이유는 단지 배달이 불가능하기 때문인 것 같다.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밀키트를 사는 이유 중 하나일 듯싶다.
요리의 미래가 밀키트의 미래다
밀키트를 구입하는 것은 가격 때문이 아니다. 밀키트는 원물을 다루기 때문에 유통기한 역시 냉동, 레토르트 같은 일반 HMR보다 훨씬 짧다. 가격이 비싸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냉동이나 레토르트 같은 식품 처리 기술로 유통시키기 어려운 메뉴가 흔히 밀키트로 나온다. 아니면 냄비에 몽땅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 대부분이다. 밀키트로 뭔가를 차별화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뜻이다. 블루 에이프런도 이런 한계를 일찍 경험했다. 경쟁 업체가 난립했다. 시장에서는 블루 에이프런의 경쟁자를 일반 밀키트업체가 아닌 우버이츠 같은 배달 대행업체로 확대했다. 미국이나 한국이 배달 음식 하면 식고 기름진 중국 음식만 떠올리던 시대에서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도 배달업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날이 왔다. 이 문제를 타개하기 위해 밀키트가 배달 음식에 대해 가지는 장점, 즉 배달받는 즉시 먹지 않아도 된다는 점을 이용해 구독 서비스에 초점을 맞췄다. 영양학적으로 디자인된 건강한 레시피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일종의 헬스 케어 상품으로 카테고리를 넓힌 것이다.
앞으로 밀키트 시장의 향방은 대량 식재료 매입 및 효율적인 유통망 설계로 상품 단가를 낮추고 신선도를 높이는 근본적인 경쟁력 제고 및 엄청나게 커버린 배달 시장과의 차별화를 어떻게 이루어내는가에 따라 정해질 것이다. 그리고 밀키트가 결국 요리를 보조하는 상품이라는 측면에서 그 끝에는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요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사람들은 언제까지 집에서 요리할 것인가? 이 질문의 답에 밀키트의 미래가 달려 있다. 참고로 2020년 12월 24일 현재 블루 에이프런 주식의 주당 가격은 6.54달러다. 3월 최고점에 비해 60% 하락했다. 그리고 2017년 6월 30일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블루 에이프런 주식의 종가는 1백40달러였다.
밀키트로 완성한 홈파티 테이블
1. 부채살 찹스테이크
피코크 • 487g, 1만6천8백원
2. 진진멘보샤
피코크 • 276g, 9천9백80원
3. 북경식 계란 볶음밥
피코크 • 420g, 4천9백80원
4. 쉬림프 로제 파스타
피코크 • 633g, 1만2천8백원
5. 밀푀유 나베
피코크 • 845g, 1만5천8백원
6. 베이컨 감자 스프
피코크 • 230g, 3천2백80원
7. 소불고기 전골
피코크 • 444g, 1만1천8백원
8. 감바스 알 아히요
피코크 • 448g, 1만2천8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