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R-I-S-
우아함을 직조하는 방식
우아한 절제미로 품격을 완성하는 아크리스.
한 세기를 이어온 아크리스 본사가 자리한 스위스 장크트갈렌에서
브랜드의 헤리티지가 현재와 미래로 이어지는 역사를 목도했다.
editor Nam Miyoung credit Akris
매장에서 만나요아름다움에 관한 아크리스의 기준은 절제된 럭셔리에 맞춰져있다.
우아함은 결코 요란하지 않다는 것을 이해하는 이 스위스 패션 하우스는 깊이 있는 미감을 완성하기 위해 한 세기 동안 정교한 작업을 거듭해왔다.
1922년 앨리스 크리믈러-쇼흐의 재봉틀 끝에서 탄생한 이래 100년이 넘는 역사를 통해 뚜렷한 목적의식을 지닌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을 위해 옷을 만들어온 아크리스.
하우스가 추구해온 아름다움은 그들이 그리는 여성의 모습과 닮아 있다. 편안하고 우아하며, 자신을 과장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여성.
이 같은 미학을 구현하기 위해 불필요한 디테일은 절제하는 대신, 소재와 패턴을 집요하게 탐구하며 비어 있는 미니멀리즘이 아닌 밀도 있는 절제미를 완성했다.
로고에 기대지 않는 디자인 역시 아크리스의 패턴과 재단, 무엇보다 최상의 소재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동시에 보여준다.
유연하게 흐르는 입체적 실루엣과 촉감으로 온전한 만족감을 선사하며, 외부로부터 확인받을 필요가 없는 진정한 콰이어트 럭셔리의 태도를 유지한다.
극적인 연출보다 고요하고 힘 있는 서사를 완성하는 아크리스의 정체성은 미의 기준이 높은 여성들의 선택을 받아왔다.
1980년부터 아크리스를 이끌어온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는 이런 브랜드의 정체성을 공고히 하며
건축적 구조와 유려한 실루엣으로 하우스 고유의 미학을 정교하게 구축해왔다.
이를 위해 디자인부터 패턴 제작, 생산과 유통에 이르기까지 수직 통합 시스템을 구축하고, 하우스 시그너처 아이템인 더블페이스 코트부터
이브닝드레스, AI 백에 이르기까지 디자인 완성도와 퀄리티를 일관되게 유지했다.
트렌드가 숨 가쁘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도 아크리스는 하우스 고유의 속도를 유지하며 쌓아온 정체성을 더욱 선명하게 다듬어왔다.
그 오랜 미학의 근간에는 아크리스의 시작과 현재가 공존하는 스위스 장크트갈렌이 있다.
1,2. 장크트갈렌 디자인실에서 컬렉션을 준비하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의 디자인 스케치.
3. 말총을 활용한 아크리스 백 제작 과정.
4. 아크리스 CEO 피터 크리믈러(왼쪽)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오른쪽).
5. 아크리스 아틀리에의 소재 보관실.
6. 프린트 원단 샘플과 드레스 스케치를 매치해놓은 디자인 월.
7. 컬렉션 피팅 과정.
8. 입체적인 실루엣 제작을 위한 패턴 샘플들.
소재가 곧 디자인 영감의 원천
아크리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알버트 크리믈러의 디자인 영감은 소재에서 시작된다.
그에게 소재는 디자인을 구현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새로운 형태와 실루엣을 이끌어내는 출발점이다.
이는 브랜드의 기원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아크리스 역사가 시작된 장크트갈렌은 오랜 시간 유럽을 대표하는 자수와 텍스타일 산업의 중심지였고,
소재에 대한 하우스의 집요한 탐구 역시 이 지역에서 축적된 기술과 전통을 토대로 발전해왔다.
아크리스에 장크트갈렌의 자수는 전통을 답습하는 기술이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창작의 영역이다.
크리믈러 가문은 포스터 로너(Forster Rohner), 야코프 슐레퍼(Jakob Schlaepfer) 등 장크트갈렌의 텍스타일 하우스와
오랜 시간 공동 연구를 이어오며 독창적인 직물과 표현 방식을 개발했다.
텍스타일 하우스와 협업해 직물의 표면과 구조에 새로운 표현을 더하고, 소재 자체의 가능성을 디자인으로 발전시켜온 것이다.
소재에 대한 탐구는 장크트갈렌 자수에만 머물지 않는다.
오랫동안 재킷의 보이지 않는 구조를 지탱해온 말총을 액세서리의 주인공으로 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1872년 제작된 빅토리아 시대 직기에서 하루에 단 2.5m만 직조되는 말총은 견고한 탄력과 자연스러운 광택을 지닌 직물로 완성되며,
소재의 본질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는 아크리스의 태도를 선명히 보여준다.
아크리스가 시작된 곳, 장크트갈렌
장크트갈렌은 아크리스의 요람이다.
한 세기에 걸쳐 결속해온 이 지역과 아크리스의 관계는 브랜드 정체성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다.
중세부터 리넨과 직물 산업으로 명성을 쌓은 장크트갈렌은 19세기 후반 기계 자수 산업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인 고급 자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20세기 초에는 장크트갈렌 자수가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고,
이러한 지역적 토양에서 아크리스 역시 자연스럽게 소재와 제작 기술을 발전시키며 성장했다.
크리믈러 가문은 1939년 장크트갈렌 펠젠슈트라세 40의 4층 건물을 매입했고,
이 건물은 오늘날까지 본사와 아틀리에로 사용되며 브랜드의 중심으로 남아 있다.
세대를 거쳐 같은 장소에서 축적된 디자인과 제작 노하우는 아크리스의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한다.
오랜 시간 이어져온 지식과 기술이 매 시즌 새로운 컬렉션을 완성하는 토대가 되는 것이다.
여전히 장크트갈렌 자수를 사용하고 지역의 텍스타일 하우스와 긴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 역시 하우스의 고유성을 보존해온 비결이다.
하나의 지역에서 이어져온 역사와 세대 간의 연속성은 오랜 시간 축적된 브랜드 철학과
제작 문화가 오늘날까지 단절 없이 이어질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장크트갈렌은 이 유서깊은 패션 하우스의 위대한 유산을 켜켜이 쌓으며 미래로 이어지게 하는 터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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