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공간적 영감
가장 사적인 공간에서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예술보다 먼저 남겨지는 생각의 여백을 보여준다
writer Gye Anna, Tiqui Atencio Demirdjian editor Kim Minhyung photographer Jean-François Jaussaud
“터무니없고 정밀하며, 희극적이면서도 날카롭다.” 지금 이 순간 가장 뜨거운 화제의 작가이자, 작품은 물론 전시 이후의 사회적 파장까지 이슈로 만드는 아티스트 마우리치오 카텔란(Maurizio Cattelan)을 설명하
는 말이다. 그는 지난 30여 년간 전 세계를 무대로 사회 이슈, 종교, 역사처럼 사람들이 쉽게 꺼내지 못하는 주제와 한 번에 해석되지 않는 개입을 예술로 펼쳐왔다. 대표작으로는 황금 변기 ‘아메리카(America)’(2점
중 1점은 영국 블레넘 궁에 대여 중 도난당함), 박제된 말을 공중에 매단 ‘노베첸토(Novecento)’, 벽에 덕트 테이프로 고정한 바나나가 약 87억원에 거래되며 논란을 불러온 ‘코미디언(Comedian)’이 있다. 카텔란은
무심해 보이는 행위로 제도권 미술의 규칙을 흔들어왔고, 그 흔들림은 언제나 문화적 파문으로 남았다.
비탄과 슬랩스틱, 비판과 공모, 스펙터클과 침묵, 경외와 조롱이 한 프레임 안에서 충돌한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늘 물음표를 남기며, 작가의 존재 또한 더 모호하고 비밀스러워 보인다. 그러나 직접 만난 그는 의외로 개방적이고, 질문에 또렷한 언어로 답하는 사람이었다. 작가 특유의 거만함이나 과장된 침묵과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이번에 매체 최초로 자신의 공간을 촬영 팀에 공개했다. 1년에 여러 차례 개인전을 치르는 그에게 집과 작업실의 경계는 사실상 흐릿하다. 최근까지도 그는 프랑스 퐁피두 센터 메츠(Centre Pompidou-
Metz)에서 진행 중인 전시 <디망슈 상 팽(Dimanche sans fin)>을 비롯해 포르투갈 세할베스 재단(Fundac¸a˜o de Serralves)의 <수수후(Sussurro)>, 이탈리아 베르가모 현대미술관(GAMeC Bergamo)의 <시즌스(Seasons)> 등 세계 여러 도시의 전시를 통해 작품을 선보여왔다. 올해는 독일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Neue Nationalgalerie)에서 큐레이터 리사 보티(Lisa Botti)가 준비하는 신작 개인전도 앞두고 있다. “제 집이 어디냐고요? 제 칫솔이 있는 곳이죠.” 그는 이렇게 말했다. “비어 있기만 하다면 어디든 거주 공간이 될 수 있어요.
삶의 변곡점 그리고 창의성
마우리치오 카텔란은 이탈리아 북부 파도바의, 예술과는 거리가 먼 가정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카텔란은 정규 미술교육을 받지 않고 다양한 직군을 경험한 뒤 가구 디자이너로 일하며 비로소 미술계에 몸담았다. 변곡점이많은 인생사로 인해 그는 전형적 미술가 유형을 벗어나 스스로에게 ‘미술계의 침입자’라는 정체성을 부여하고, 제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데 기여했다.
"누구나 집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집은 보호막인 동시에 불가능한 무언가일 수도 있어요."
강인한 삶의 경험과 이력 때문일까? 특유의 도발과 유머와 채치는 더욱 강하게, 창의적으로, 절실하게 다가온다. 작품 활동 외에도 <토일렛페이퍼(Toiletpaper)>, <찰리(Charlie)>, <퍼머넌트 푸드(Permanent Food)>를 기획하는 등 다양한 출판 활동도 펼쳤다. 2010년 피에르파올로 페라리(Pierpaolo Ferrari)와 함께 론칭한 <토일렛페이퍼>는 광고도, 글도 없지만 비비드한 색감이 가득한 초현실적 이미지로 한번 보면 쉽게 잊지 못한다. 그는 15년 이상 사랑받으며 여러 브랜드와 협력을 시도한 것에 대해 어떤 상업적 의도나 목적을 가지고 진화한 것이 아니라, 순수한 창의성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캐니벌리즘을 내세우는, 파올라 만프린(Paola Manfrin)과 함께 만든 매거진 〈퍼머넌트 푸드〉 역시 상업적 아트나 수사적 예술이 아닌, 순수한 창작 욕구와 호기심 자체에 집중했기에 가능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예산도 없고 규칙도 없는, 왜 그런지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시각적 괴물 같은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사람을 삼켜버리는 잡지를 만들었다고 설명한다. 전복적 이미지 이상으로 이 작업이 의미 있는 것은 가판대의 모든 타이틀을 사서 가장 강렬하고, 모호하고, 거부할 수 없는 페이지를 찍어내 다시 콜라주하고 출처 없이 인쇄하는 방식 때문이다. 이는 ‘오늘날 진짜 표절은 이미지를 베끼는 것이 아니라, 피드를 무단으로 ‘복붙’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 것이다’라는 큰 명제를 말해준다. 그는 제스처가 자동적이고, 무해하며, 잊히는 순간 창의성은 죽는다고 강조한다.
매장에서 만나요
매장에서 만나요Q 촬영 팀을 만나기 전에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A 무엇을 해야겠다라기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생각했어요. 어떻게 하면 하루를 더 가볍게 살 수 있을지도요. 작업도 마찬가지예요. 계속 덜어내고, 덜어낸 뒤에도 끝까지 남는 것이 무엇인지 지켜봅니다. 여러겹을 벗겨도 여전히 서 있는 게 있다면 장식이나 설명이 없어도 힘이 남아 있다는 뜻이고, 그건 계속 밀고 나갈 가치가 있다고 봐요.
Q 당신의 집은 예술가로서의 당신을 얼마나 반영하나요?
A 누구나 집을 통해 자신을 드러낸다고 생각해요. 집은 보호막입니다. 집은 나를 보호하고, 작업은 나를 드러내죠. 이 집은 아마 1800년대 초에 지었을 거예요. 제가 기억하는 한 늘 여기 있었죠. 미켈란젤로처럼 저는 더하기보다 빼는 쪽을 택해요. 그 과정은 끝이 없습니다. 그런 면에서 이전 세입자는 최고의 건축가예요.
Q 당신의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과 물건은 무엇인가요?
A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모서리예요. 이 집에서 즐거운 순간을 꼽으라면 화장실에서 고전을 읽는 시간이고, 가장 좋아하는 물건은 전기밥솥 입니다. 그리고 냉장고는 꽤 흥미로운 디스플레이라고 늘 생각해요. 한가지 바꾸고 싶은 게 있다면 위치예요. 집을 숲으로 옮기고 싶어요.
Q 당신은 무엇을 수집하나요? 어떻게 집에 들이고 배치하는지 기준이 있나요?
A 기억을 수집합니다. 가장 좋은 것만, 한 번에 하나씩. 처음 얻은 물건은 매트리스였고, 가장 최근에 얻은 것은 프랑스 배우 장폴 벨몽도(Jean-Paul Belmondo)가 영화 <네 멋대로 해라>(1960)에서 피웠던 담배 중 하나예요. 사실 벽에 뭔가 거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대신 테이블에 바퀴를 달았죠. 가끔 위치를 바꿉니다. 예술이 아닌 물건들은 어디서든 오고, 중요한 건 제가 찾지 않는다는 거예요. 그쪽이 저를 찾아오죠. 집에 작품을 들이고 전시를 하기 위해서는 많은 요소를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안젤름 키퍼의 작품을 들이기 위해 집을 부순 컬렉터를 만난 적이 있어요. 결국 무게와 부피, 그리고 작품에 담긴 작가의 의도까지 고려해야 하죠. 저는 욕조로 고대 석관 작품을 골랐어요. 매일 죽음과 친숙해지고 싶었거든요.
Q 어린 시절 방문했던 집을 다시 떠올리는 과정, 또는 회화·영화·문학 속 공간 가운데 당신의 드림 하우스에 대한 이미지에 영향을 준 곳이 있나요?
A 어린 시절 이탈리아에서 가장 좋은 집은 교회 옆 사제관이었어요. 우리 마을 신부도 아주 멋진 집에 살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 <원 위크>에 나오는 버스터 키턴의 집에도 늘 공감해왔어요. 집이 언제나 ‘집’은 아니죠. 집은 어쩌면 불가능한 무언가일 수도 있어요.
Q 당신에게 <토일렛페이퍼> 프로젝트는 어떤 의미인가요?
A 어느 순간 사진을 작품이나 미술관의 안전지대, 예술의 보호막 밖에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 피에르파올로 페라리와 시작한 실험이 하나의 세계가 되었고, 이미지는 오브제·가구·광고·이벤트로 확장됐죠. 제게는 꼭 필요한 모험이었습니다. 다시 충전하고, 제 작업과 거리를 두기 위해서요. 이 프로젝트는 끝난 게 아니라 형태를 바꿔 이어지고 있어요.
Q 예를 들어 작품 ‘바나나’ 같은 아이디어는 우연인가요?
A 우연도 지능이라고 생각해요. 작품 ‘바나나’는 당시 제가 느낀 불편감에 대한 반응이었죠. 제가 할 일은 사건이 일어날 조건을 만드는 것뿐입니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면 작가의 손을 떠나요. 그때부터는 작가도 관객이 됩니다. 저 없이도 작품이 설 수 있을 때 비로소 완성됐다고 느껴요.
매장에서 만나요
매장에서 만나요
매장에서 만나요
매장에서 만나요Q 최근 인상 깊었거나 자주 찾는 장소가 있나요?
A 공간을 고정된 ‘장소’로 보지 않아요. 수영장, 해변, 터널, 비행기 통로, 기차 창밖처럼 ‘지나가는 상태’에 관심이 있어요. 소유할 수 없고, 통과할 때만 존재하는 공간이죠.
Q 몇 년 전 리움미술관에서 열린 개인전으로 서울을 방문했어요. 서울은 어떻게 보이나요?
A 30년 만에 방문한 서울은 놀라웠어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해 세계적 기준점이 된 문화는 드뭅니다. 묻고 싶은 건 이거예요. 이 문화적 힘이 경제적·지정학적 자율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동시에 개방성과 속도를 잃지 않을 수 있을까?
Q 2026년 9월, 베를린 노이에 내셔널갤러리에서 개인전이 예정되어 있죠. 미술관 자체가 미스 반 데어 로에의 건축 작품이기도 한데, 전시 공간은 어떻게 변모하나요?
A 베를린은 모든 것에 명확한 의미를 요구하는 도시예요. 그래서 이번 전시는 오히려 모호함에서 시작하려고 합니다. 절대적 주제를 다루되, 꼭 ‘설명’하지는 않는 전시가 될 거예요. 게다가 노이에 내셔널갤러리는 ‘사상의 자유’를 말하는 공간입니다. 그 개방성은 오늘날 도전 대상이 되기도 하죠. 큰 개방성엔 친밀한 순간이 필요해요. 긴장 없는 자유는 텅빈 공간일 뿐입니다.
Q 당신이 앞으로 머물고 싶은 곳은 어디인가요
A 요즘에는 개인의 정체성을 강요하지 않는 공간이 좋아요. ‘여긴 내 집’, ‘여긴 내 작업실’ 같은 의미가 덧씌워지지 않는 중립적 공간이요. 스튜디오일 수도, 호텔 방일 수도 있는 곳. 그런 공간은 나를 설명하라고 요구하지 않을뿐더러 생각할 여유를 남겨줍니다.
Q 예술가는 무엇을 의미하나요?
A 책임이라고 생각해요. 가능한 한 말과 형식을 압축하고, 형편없는 작업을 덜 만들려고 합니다.
Q 예술가로 산다는 것, 혹은 예술계는 어떻게 변했나요?
A 더 빠르고, 더 거칠고, 더 무감각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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