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식물학자 마르 장송Marc Jeanson은 자신의 식물채집기를 기록한 도서 <보따니스트>에서 식물과 함께한 일상을 이렇게 표현했다. “내 방에서 수백 가지 씨앗을 싹틔운 뒤, 그 싹들이 피어올라 내 손가락 사이에서 부드러운 녹색 날개를 펼치는 모습을 바라보는 아주 단순한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자신을 ‘식집사’로 주저없이 소개하는 현대인이라면 이 ‘단순한 기쁨’에 대해 다양한 경험이 뒤섞인 사례로 동의할 것이다. 정서적 힐링, 공기 정화, 책임감 향상. 식물이 인간에게 베푸는 것들이자 현대인이 식물을 가까이하는 이유다. 반려식물 시장이 본격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은 것은 3년 전, 코로나의 영향으로 플랜테리어가 성행하면서 부터다. 관련 산업의 성장세 또한 두드러졌다. 한국발명진흥회 지식재산 가치평가에 따르면, 국내 실내 농업 관련 시장 규모는 코로나 이후 2021년부터의 수치를 보더라도 1천2백16억원에서 2023년 5천억원에 이르렀다. 2026년에는 1조7천5백19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탄탄한 성장세 속에 현재 트렌드는 어떨까. 특히 인공지능(AI) 영향력이 사회 전영역에 깊이 파고든 시점이어서 변화 양상이 흥미롭다. 사람들은 스마트팜을 통해 이상기후에 관계없이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고, 식물이 아플 때 AI가 진단해주기도 한다. 즉 이제는 반려식물과 ‘더 오래’ 공생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자는 것이다.
트렌드가 알려주는 관계의 이상향
그 시작은 반려식물에 대해 알아가는 ‘직접적인’ 노력에서 비롯된다. 플랜테리어 디자인 그룹 ‘마초의 사춘기’ 김광수 대표는 “중요한 것은 식물을 알아가고, 경험을 통해 만드는 관계”라고 강조한다. 최근 그가 식물 폐기물을 줄이고자 서비스 브랜드 ‘가든어스’를 시작한 이유도 여기에서 비롯되었다. 그는 가든어스를 통해 가드너가 체크인한 고객에게 식물의 최상 컨디션에 맞는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가든 어스 플랜트 호텔’, 식물 원서부터 국내 30여 종 토분과 60여 종 마감재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가든어스 플랜트 라이브러리’ 등을 오픈했다. “공간 연출에 활용하고 남은 식물이나 원룸, 오피스텔 촌에서 식물 폐기물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을 접하다 보니 식물을 ‘재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게 됐어요. 어떤 문화가 자리 잡기까지는 교육과 학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요는 높아지는데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곳이 드문 환경이 안타까웠죠. 그래서 오프라인에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채널을 만드는 데 주력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집 안팎의 반려식물 문화는 인간과 식물의 진정한 공생을 고민해야 할 시기임을 상기시킨다. 이제 플랜테리어라는 용어에 이어 ‘네이처 디자인’, ‘바이오필리아’ 등 자연 친화적 용어에 익숙해질 때다.
영국 모던 스타일을 콘셉트로 플라워 디자인을 선보이는 곳. 일상에 싱그러움을 선사하는 여러 식물과 다양한 디자인의 화병을 구매할 수 있다.
센텀시티 문의 051-745-1654
한여름의 청록색 잎을 상징하는 빌리디언리프에는 크고 작은 식물과 다채로운 꽃이 가득하다. 특히 숲속의 편안함을 구현한 매장 분위기가 눈길을 끈다.
대구 문의 053-661-1706
세계적 플라워 브랜드 제인 패커는 자연에서 받은 영감과 절제된 모던함으로 형식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이고 신선한 플라워 디자인을 선보인다.
본점, 강남 문의 02-3479-1679
마음 한편에 두는 요즘 식물
반려식물이라는 이름 그대로, 함께 거주하는 룸메이트만큼이나 깐깐하게 고른 식물.
대나무 홍콩야자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일순위 식물. 줄기가 얇고 긴 잎이 사방으로 쭉 뻗친 형상이 우산을 연상시켜 ‘우산나무’로도 불린다. 지지대를 세워주면 실제 대나무처럼 곧게 자라나고, 공기 정화 능력이 뛰어나 플랜테리어를 위한 식물로 적합하다.
추천 장소 •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밝은 공간, 바람이 잘 순환되는 곳
적정 온도 • 평상시 실내 생활 온도, 15 ~ 24℃
물 주기 • 과습에 취약해 겉흙이 마를 때 물을 주는 것이 좋다.
알리 고무나무
원산지가 태국으로 국내에서 보기 드문 희귀 식물. NASA에서 휘발성 화학물질 제거 능력을 인정한 공기 정화 식물. 길고 가느다란 잎이 힘차게 뻗은 모습이 대나무를 닮았다. 자리 몸살이 있어 키우는 장소와 환경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게 좋다.
추천 장소 • 건조하지 않고 은은하게 햇빛이 드는 곳
적정 온도 • 15 ~ 24℃
물 주기 • 평균 주 1 ~ 2회, 겉흙이 마를 때 준다.
드라이나리아 리기둘라 와이테이
고목에 붙여 자라게 만든 관상용 목부작으로 많이 활용하는 고사릿과 식물. 공기 중의 수분과 먼지를 먹고 살아 흙이 필요 없는 행잉 플랜트로 적합하다. 수분이 많이 필요하므로 물을 자주 뿌려주거나 가습기 근처에서 키우는 것이 좋다.
추천 장소 • 직사광선이 닿지 않는 침실 옆, 거실 벽
적정 온도 • 18 ~ 35℃
물 주기 • 매일 분무해주거나 10 ~ 20분쯤 물에 담가둔다.
알로카시아 프라이덱
원산지는 오스트레일리아 동부 지역. 사람의 관심을 반기는 식물이지만 촉촉한 습도와 온도, 물 주기 등 갖춰야 할 환경 조건이 까다롭다. 가끔은 형광처럼 비치는 진한 녹색 컬러 잎이 돋보인다. 표면은 벨벳 질감처럼 매끄러워 만지면 기분이 좋아진다.
추천 장소 • 건조하지 않고 은은하게 햇빛이 드는곳
적정 온도 • 18 ~ 29℃
물 주기 • 평균 주 1~2회, 겉흙이 3cm까지 마를 때 주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