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라우센버그의
예술적 서사
‘유명한 미술가=거장’ 또는 ‘실험적 미술=정치적 미술’이라는 공식을 잠시 제쳐둘 때, 비로소 진정한 예술의 역할에 대한 고민이 시작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라우센버그는 순수예술 영역의 안팎에서 이미 관습화 된 재현 방식과 실용화된 기술을 전략적으로 재조립함으로써 예술이 개인의 유일무이한 창조물이라는 영웅화된 서사를 명민하게 비틀곤 했다. 종종 그가 1950년대 초 미국 형식주의가 주창한 회화 매체의 순수성과 위대한 창조자로서의 예술가라는 모더니즘의 이데올로기에 의문을 품은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작가로 구분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