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리빙 디자인 강국으로 이탈리아와 덴마크를 떠올린다. 근대 이후부터 실권을 유지해온 이탈리아
는 르네상스 시대부터 내려오는 디자인 아카이브, 장인들의 수공예 정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지닌 진보
적인 디자이너를 자산으로 독보적 아이덴티티의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한편 덴마크 디자인에는 물질
적인 것보다 정신적 충족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담겨 있다. 핀 율Finn Juhl과 한스 J. 베그너Hans
J. Wegner 같은 거장들을 배출했고, 고품질 재료로 제작해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디자인 오브제를 추
구한다. 최근 주목받는 디자인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는 두 나라의 요소가 조화를 이룬 결정체라 할 수 있
다. 덴마크 출신 건축가 스티네 감Stine Gam과 이탈리아 출신 산업 디자이너 엔리코 프라테시Enrico
Fratesi로 구성된 듀오는 2006년 스튜디오 감프라테시를 설립해 활동을 시작했다. 차이점을 존중하
고, 각자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것이 특징. 따라서 상이한 문화와 환경의 요소를 매끈
히 연결하는 가교적 역할에 뛰어날 수밖에 없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이치다. “서로 다른 곳에 뿌리를 둔 만
큼 디자인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요. 덴마크 디자인이 정확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면, 이탈리아 디자인은
개방성이 방점입니다. 우리는 두 세계를 융합하는 것을 강점으로 내세우죠.” 작업 과정에서도 상반된 힘
이 서로를 끌어당기는 순간 균형 잡힌 아이템이 탄생한다. 엄밀히 말하면 이들의 원칙은 융합보다 중용에
가깝다. 공유하면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 기능적이되 장식적 요소를 놓치지 않는 것, 오브제가
갖춰야 할 모든 요소를 챙기되 독단적으로 보이지 않겠다는 전략인 것이다. “제품을 소개할 때 덴마크와
이탈리아의 디자인 융합을 강점으로 내세우는 만큼 어느 한 곳에 소속된 디자인으로 정의되는 것을 원치
않아요. 배경에 함몰되지 않기 위해 다양한 문화를 접하려고 노력하죠. 우리는 이탈리아에서 만났지만
스웨덴·덴마크·도쿄 등에서 살았고, 디자인 페어를 찾아다니며 여러 나라로 여행을 갑니다.”
익숙함보다 다변적인 요소에 익숙한 감프라테시의 굳건한 정체성을 이끄는 힘은 어디에서 비롯될까.
“영감, 작업, 일상을 공유할 수 있는 부부 관계라는 사실이 큰 원동력으로 작용해요. 일과 삶의 뚜렷한 경계
없이 24시간 디자인 작업을 하지만 행복해요.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를 밤새도록 나눌 수 있죠.” 이미 우리
삶 깊숙이 자리 잡은 감프라테시의 제품들이 새롭게 다가온다. 루이스 폴센의 램프 ‘유Yuh’, 구비의 라운
지 체어 ‘비틀Beetle’과 ‘배트Bat’를 비롯해 올해는 폴트로나 프라우Poltrona Frau의 신제품 ‘나이스Nice
체어’와 ‘호미Homey 테이블’을 소개했다. 앞으로도 감프라테시는 가구 디자인을 넘어 다양한 전문가들
과 협업하며 인테리어 디자인, 전시 부스 디자인 등으로 활동 영역을 확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