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SMERIZING SCENERY
"정오가 될 때쯤, 해가 동굴의 구멍을 비추는 타이밍을 포착해 흩날리는 모래가 연출하는 웅장한 광경을 담을 수 있어요. 지속 시간은 5분."
분더샵 청담에서 적외선 예술사진가 최지욱의 개인전 <A Song of Ice, Fire and Wind>가 개최된다. 그는 13점의 작품을 통해 두바이, 아이슬란드 등에서 촬영한 자연 풍경을 소개한다. 누군가는 무심코 지나칠 수 있지만, 최지욱은 세밀하게 바라보고 매만진 순간들이다. 20일 이상을 소요하는 답사, 늘 예상 밖의 그림을 선사하는 현장 요소,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진을 얻기위해 직접 하는 프린팅 과정. 사진에는 그의 삶을 구성하는 짧고 긴, 회화적 순간들이 촘촘히 모여 있다.
어떤 계기로 사진에 애정을 느끼게 되었나요?
중학교 1학년을 마치고 미국으로 유학 갔을 때, 사진반에서 활동했던 것이 계기가 되었어요. 누나가 유학을 가고 싶다고 한참 고집을 부렸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동생을 데리고 가라고 조건을 붙이시더라고요(웃음). 자의 반 타의 반으로 결국 미국 매사추세츠 시골에 있는 사립학교에 입학했는데 그 과정이 쉽지 않았어요. 당시에는 유학원이라는 게 없으니까 모든 수속을 직접 했어요. 무턱대고 전화번호부를 펼쳐 학교 목록을 추렸죠. 한국 학생의 입학이 가능한지 물어보고 답변이 온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어요. 처음엔 학교 생활에 소극적이어서 영어를 많이 쓰지 않는 수업을 골라서 들었는데 그 중 하나가 사진반이었어요(웃음). 방과 후 활동으로 체육 외에 한 가지 활동을 택해야 했거든요. 수업은 매주 선생님이 필름을 나눠주면 그다음 주까지 학생이 사진을 찍고 현상해서 출력물을 제출하고 점수를 받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어요. 언어보다는 창작물로 점수를 받으니 외국인인 저로서는 부담이 덜했죠.
사진을 제출하고 받은 성적은 어땠나요?
가장 좋아하는 피사체는 무엇인가요?
과거 인터뷰를 읽어보니 사진 촬영의 주요 요소로 운을 언급한 부분이 흥미롭더라고요.
"운이 좋아야 한다는 건 이런 거예요. 어떤 사진은 확대해서 보면 새가 한쪽 다리를 들고 있어요. 현장에서 1분 내내 다리를 든 포즈로 가만히 있더군요. 새가 그곳에 서식하는 줄 알고 백 번을 더 찾아갔는데,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볼 수 없었어요. 우연처럼 그날 그 장소에 있었던 거죠."
학창 시절 가장 많이 찍던 인물에서 풍경으로 피사체가 변화했네요. 이번 전시작들을 둘러보면 자연의 리듬과 순리를 그대로 표현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런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는 거죠(웃음). 사진을 한창 찍으러 다닐 때는 해외 명소 중심으로 방문했어요. 해외에서 찍어야만 더 좋은 사진을 얻을 수 있다는 건 아마추어의 착각일 뿐인데 말이죠. 출품작 중 미국 애리조나 앤털로 프캐니언의 동굴 사진을 보세요. 개인 소유의 동굴에 가면 주인이 삽으로 모래를 퍼서 공중에 흩뜨려요. 정오가 될 때쯤, 해가 동굴의 구멍을 비추는 타이밍을 포착해 흩날리는 모래가 연출하는 웅장한 광경을 담을 수 있죠. 지속 시간은 5분. 최근 같은 장소에서 촬영한 사진이 60억 달러에 팔렸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모래가 흩날리는 양상이 여성의 실루엣처럼 포착돼 화제가 되었더라고요.
자연이 보여주는 ‘놓쳐선 안 되는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 어떤준비를 하나요?
작업실 세 벽면에 도시의 야경 사진이 크게 걸려 있어요
타지에서 보낸 시간이 본인의 사진에서 특정한 정서로 표출되는 부분도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