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일의 완성은 헤어
글로벌 기술 기업 다이슨이 2021년 11월 발표한 헤어 사이언스 스터디에 따르면 한국인 10명 중 8명 이상이 스타일의 완성은 헤어스타일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깊이 들어가보면 응답자 중 62.3%는 하루에 최소 한 번 약 17.7분 동안 머리를 감는 것으로 나타났고, 머리를 감을 때 94.9%가 샴푸를 사용하며, 90.3%는 스타일링을 위해 헤어드라이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고 답했다. 모발 건강 상태에서 가장 걱정되는 것은 얇아진 모발, 볼륨 부족, 새치, 탈모, 윤기 부족, 두피의 간지러움 순이었다.
MZ 세대에게 헤어는 스타일의 화룡점정이고, X 세대와 기성세대에게 헤어는 자신감의 원천이다. 젊고 아름답게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해지면서 현대인은 두피와 모발 건강에 부쩍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자재로 스타일링할 수 있는, 말 잘 듣고 결 좋고 풍성한 헤어’. 모든 사람의 꿈이 아닐까? 하지만 조물주는 우리가 쉽게 꿈을 이룰 수 있게 내버려두지 않으셨다.
어떤 고민이든 모발 관리 시스템은 총 6단계로 나눌 수 있다. 먼저 두피와 모발을 깨끗이 세정한 후(scalp & hair cleansing), 회복시키고(conditioning), 영양 보습을 준 후(nutrition), 집중 관리하며(special therapy), 올바르게 마무리한() nishing) 후 집에서도 지속적으로 관리(home care)하는 것이다. 개개인의 사정에 따라 한두 단계를 뛰어넘을 수는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단계마다 두피와 모발 상태에 따라 알맞은 제품과 기기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 헤어 관리 제품 시장이 점점 더 세분화되고 성장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직모와 곱슬은 모낭 차이
가늘고 힘이 없는 데다 곱슬기는 조금도 없는 완벽한 생머리인 에디터는 1개월 이상 펌이 지속되는 게 소원이다. 안 그래도 볼륨 없는 머리카락은 비가 오는 날이면 축 늘어지고, 겨울이면 정전기 때문에 두상에 딱 달라붙어 볼품이 없다. 반면 연년생인 언니는 숱도 많고 곱슬거리기까지 해 언제나 풍성하고, 하나로 묶어 올리면 다양한 스타일링이 가능하다. 특히 비 오는 날이면 부스스한 보헤미안풍 헤어가 그렇게 멋스러워 보일 수가 없다. 왜 같은 부모 밑에서 두 딸이 이렇게나 다른 모발을 가지고 태어나는 걸까?
연구에 따르면 곱슬과 직모의 차이는 머리카락이 자라 나오는 모낭의 모양이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생긴다. 모낭은 피부 아래 진피층에서 털을 만드는 기관으로 모낭 입구가 원형이면 직모, 타원형이면 곱슬머리가 나온다. 그리고 아쉽게도 이 모양은 유전적 요인에 의해 태아일 때 결정된다. 곱슬머리를 완성하는 타원형모낭은 작은 관처럼 생긴 모낭 안쪽이 구불구불해 머리카락을 구성하는 섬유 단백질인 케라틴이 그 형태로 배열되어 자라기 때문에 곱슬머리가 된다. 타원 모양이 납작할수록 곱슬이 더 심해지는 것. 반면 직모는 원형 모낭 안쪽이 직선 형태로되어 있어 케라틴이 곧은 형태로 자라 나온 결과물이다. 한국인에게서는 완전한 직모보다 반곱슬머리가 쉽게 관찰되는데 전체 인구 중 53%가 반곱슬이라는 결과도 있다. 슬프게도 선천적인 악성 곱슬머리와 반곱슬머리는 예방하기 어렵다. 세월이 흐르고 호르몬이 바뀔 때 직모에서 곱슬로, 곱슬에서 직모로 변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나는 일은 아니니까. 그런 이유로 매직펌을 해도 그때뿐인지라 생머리를 하는 것이 꿈인 사람들도 있고, 아무리 꼬불거리는 펌을 해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身體髮膚 受之父母 不敢毁傷 孝之始也(신체와 털, 피부는 부모에게 받은 것이니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효의 시작이다)’라 했다. 가장 좋은 것은 내 모발 상태를 받아들이고 장단점을 미리 알아 알맞은 케어를 하는 것이다.
선천적 모발을 거스르는 시술
수많은 연구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바람직하지 않은 식습관이나 스트레스, 올바르지 않은 두피와 모발 세정 습관 및 잦은 시술과 환경오염 등은 건강한 모발을 방해하는 요소다. 모발이 푸석푸석하다 못해 끝이 갈라지기도 하고 두피가 간지럽기도 하는 등 다양한 증상을 보이는 모발 손상의 마지막 단계는 버티다 버티다 결국은 포기하고 떨어져나가는 탈모. 50대 이후에나 찾아왔던 탈모 고민이 최근 40대는 물론이고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만 같은 20~30대까지 내려왔다(2020년 통계에 따르면 2030 세대의 48.9%가 탈모를 고민하고 있다). 심지어 최근 대학가에서는 청소년 탈모를 집중 연구 중이기도 하다.
우리는 타고난 모발을 ‘내 스타일’로 바꾸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쉽게 실천하는 것이 펌과 염색. 이때 사용하는 화학약품은 모발 구석구석에 스며들어 유전적 요소를 (잠시나마) 거스른다. 전문가들은 염색약에 들어 있는 수천 가지 화학 성분 중 파라페닐렌디아민(PPD)은 두피나 손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가 장기에 영향을 주며, 공기 중에 미세하게 떠다니며 눈을 자극할 수도 있어 한달에 한두 번 염색을 하는 사람들은 건강에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다시 모발 이야기로 돌아가보자. 각막염은 물론 심하면 방광암까지 일으킨다는 이 화학약품이 모발에 좋을 리 만무하다. 일단 육안으로 손상 모발의 증후가 보인다면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구조적인 세밀한 손상은 말도 못할 단계까지 진행되었다고 생각해도 된다. 모발은 구조 특성상 세로로 쉽게 갈라지는 성질이 있다. 특히 보습량이 적어 건조해지는 겨울철엔 더 거칠어지며 갈라지다 끝부분이 바스러지듯 끊기기도 한다. 이럴 때 펌이나 염색은 매우 치명적인 자극. 한번 손상된 모발은 자체 재생되지 않고 관리를 하지 않으면 손상 정도가 더 심해지기 때문에 펌과 염색을 한 직후부터 올바른 제품을 활용해 제대로 된 케어를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