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 화자는 차에 적신 마들렌을 맛보다 뜻밖의 기쁨을 느낍니다. 그 맛이 불러온 기억을 따라 잊고 있던 어린 시절의 집과 거리, 함께했던 사람들이 되살아납니다. 무심히 지나간 줄 알았던 날들이 작은 감각 하나로 다시 생생해지는 장면입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익숙한 노래가 흘러나올 때, 어느 계절의 바람이 불어올 때, 누군가의 표정이 문득 마음에 들어올 때, 잊고 지냈던 하루가 선명하게 떠오르곤 합니다. 당시에는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장면이 시간이 흐른 뒤 위로가 되고 웃음이 되기도 합니다. 함께 웃던 시간, 혼자 누렸던 여유, 잠시 눈길을 붙든 풍경처럼 우리의 삶에는 오래 남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눈부신 순간들 Shining Moments>는 한 해의 끝에서 이러한 순간들을 돌아보기 위해 마련한 전시입니다. 무엇을 이루었는지로 지나온 시간을 헤아리기에 앞서, 무엇을 좋아했고 언제 마음이 편안했는지, 누구와 함께 웃었는지 떠올려 보려 합니다. 평범하게 흘러간 듯한 날들에도 하루를 오래 기억하게 한 경험과 감정이 있었음을 작품을 통해 다시 만납니다.
이번 전시의 일곱 작가는 일상과 자연, 기억과 상상을 저마다의 방식으로 표현합니다. 먹의 번짐으로 풍경의 변화를 담고, 여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몸짓에서 삶의 활기를 포착합니다. 자유로운 선과 색으로 상상 속 존재들을 그리는가 하면, 금속과 빛으로 익숙한 장면을 새롭게 펼쳐 보입니다. 공간으로 이어지는 드로잉, 시간이 스며든 듯한 색과 질감, 고요와 온기를 품은 풍경 역시 우리 주변을 찬찬히 바라보게 합니다.
작품이 마음에 닿는 방식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어느 풍경에서는 오래전 여행의 공기가 느껴지고, 작은 몸짓에서는 소중한 이의 다정함이 전해질 수 있습니다. 꼭 지난 기억과 연결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색과 선을 따라 눈길을 옮기고 빛과 그림자를 바라보는 동안, 문득 마음이 편안해지거나 웃음이 나는 경험도 오늘의 기쁨으로 남습니다. ‘눈부심’은 그렇게 각자의 마음을 밝히는 서로 다른 모습으로 찾아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시간을 기다리는 계절입니다. 지나온 날들 속에서 나를 웃게 했던 일들을 하나씩 짚어 보세요. 그 기억이 다가오는 해의 평범한 하루에서도 작은 기쁨을 알아보는 눈이 되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올해에는 어떤 눈부신 순간들이 있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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