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대상을 볼 때 그 이름과 형태, 쓰임을 먼저 알아본다. 그러나 익숙한 정보들이 사라지고 색과 선, 질감과 여백만이 남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보게 될까. 최지욱의 사진은 사물을 설명하기보다 대상이 추상적 이미지로 전환되는 순간에 주목한다.
Lotus Stem 시리즈에서 작가는 자신이 원하는 형상을 찾기 위해 3년에 걸쳐 여러 장소를 탐색했다. 특정 시간대의 역광이 수면에 반사되는 순간, 주변 풍경은 밝은 여백 속으로 사라지고 연의 줄기와 잎만이 화면 위에 남는다. 익숙한 자연의 모습은 최소한의 선과 형상으로 정제되고 연 줄기는 어느 순간 식물의 재현을 넘어 하나의 기호처럼 떠오른다. 여백은 단순한 배경으로 머무르지 않고 무엇을 드러내고 무엇을 지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적극적인 장치가 된다. 작가가 여러 해에 걸쳐 이어온 이 작업에서는 이러한 간결한 화면 구성이 반복된다.
신작에서 작가의 시선은 대상에 극도로 가까이 접근하며 조금 다른 방향으로 향한다. 대상의 일부가 화면 전체로 확장되면서 대상의 본질을 가늠하게 하는 단서들은 사라지고 무엇을 촬영했는지에 대한 정보 역시 의도적으로 유보된다. 관객은 대상의 이름보다 화면을 가로지르는 선과 입자, 색의 변화, 반복과 흔적을 먼저 마주하게 된다. 연속적으로 전개되는 이미지들은 이러한 시각적 경험을 더욱 확장한다.
서로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 두 작업은 결국 같은 지점에서 만난다. 하나는 주변을 비워냄으로써 대상을 새롭게 드러내고 다른 하나는 지나치게 가까이 다가감으로써 익숙한 모습을 지운다. 그렇게 대상을 알아보게 하던 정보가 사라진 자리에는 색과 선, 질감과 여백이 남는다.
《표면의 언어(Language of Surface)》에서 ‘표면’은 단순히 사물의 바깥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현실과 이미지가 만나는 장소이며 작가의 시선이 선택하고 덜어내고 확장한 결과가 드러나는 장이다. 그리고 그 위에 놓인 선과 색, 반복과 간격은 대상의 이름에 기대지 않는 또 하나의 언어를 만들어낸다. 최지욱은 사진을 통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지만 익숙함에 가려져 있던 모습을 발견한다. 무엇을 보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 잠시 멈추는 순간, 표면은 스스로 하나의 이미지가 되어 말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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