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인천대표작가 전시로 최병국-심상(心像)展을 개최합니다. 최병국 작가는 오랜시간 전통 수묵을 사용하여 사색의 깊이를 발현해왔습니다. 그는 자연을 보되, 눈에 보이는 형상을 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다난한 인생의 철학적 성찰을 담은 심상을 화폭에 표현합니다. 전통 수묵기법으로 절제된 먹의 농담과 자유로운 필치로 표현된 작품들은 작가의 호방한 기운을 느끼게 합니다. 그는 한국화에 대하여 ‘음미할수록 조상들이 물려준 우리의 멋과 깊은 맛을 내는 것이 한국화의 매력’이라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달항아리를 모티프로 한 작품들은 도자기를 빗는 장인과 같이 노련하지만 그 노련함을 묻어두고, 테크닉에 매몰되기보다는 정신의 중심을 찾고자 하는 작가의 주제의식을 잘 드러냅니다. 산수자연을 그려왔던 지난 작품들에 비해 신작에서는 주위의 평범한 사물들이 화폭에 등장합니다. 담백하게 그려진 사과, 초코파이 등을 바라볼 때, 사물의 지시성을 읽고자 할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서사적인 맥락에 접근하다 보면, 평화롭게 순리를 거스르지 않고 삶과 죽음을 어우르며 속세의 삶에 크게 얽매이지 않고자 하는 작가의 무념무상(無念無想) 철학과 마주치게 됩니다. 보이는 세계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관조의 눈과 철학적 성찰은 수묵을 운용하는 대범함의 근간입니다. 새해를 시작하며 최병국 작가의 자유롭고 비정형적인 대담한 붓질을 따라 마음속에 떠오르는 상을 천천히 들여다보시길 바랍니다. 보이는 형상을 넘어 인생의 깊이와 성찰만큼 재생되는 내면 세계의 심상(心像)과 조우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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