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삶을 지탱하는 가장 순수하고도 강력한 동력은 무엇일까요? 네덜란드 역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요한 하위징아(Johan Huizinga)는 인간을 정의하는 본질적인 특성으로 ‘놀이’를 꼽으며 이를 ‘호모 루덴스 Homo Ludens’라 명명했습니다. 그에게 놀이란 단순히 쉬어가는 여가가 아니라 인류 문명을 탄생시키고 삶을 지탱하게 하는 근원적인 에너지였습니다.
대구신세계갤러리에서 가정의 달을 맞아 선보이는 특별전 《루덴스의 정원 The Garden of Ludens》은 ‘호모 루덴스’적 사유를 바탕으로 우리 삶의 핵심적인 가치인 ‘놀이’를 현대미술의 언어로 재해석합니다. 고유한 조형 언어로 따뜻한 위트를 전하는 갑빠오, 감각적인 색채와 패턴으로 무한한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하지 두 작가의 시선을 통해 우리가 잊고 지낸 순수한 유희의 감각을 다시금 깨워보고자 합니다. 이번 전시는 시각적∙공간적 자극을 통해 일상 속 창의성의 원천으로서 놀이가 갖는 힘을 탐색합니다. 정원을 거닐 듯 자유롭게 유영하며 갑빠오, 하지가 제안하는 유희의 세계를 만끽해 보시기 바랍니다.
갑빠오(Kappao)는 회화, 조각, 도자, 설치 등을 넘나들며 우리를 둘러싼 내밀한 감정과 관계의 풍경을 기록합니다. 정형화된 틀에 얽매이기보다 손끝의 감각을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의 작업은 도예와 회화의 경계를 허물고 나무, 섬유 등의 다양한 소재를 결합하는 유연한 조형 언어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탄생한 작품 속 인물들은 꾸미지 않은 투박함 속에서도 생생한 생명력을 드러냅니다. 모호하고 덤덤한 이들의 표정은 복잡한 감정의 굴레 속에 살아가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투영하게 합니다. 기쁨이나 슬픔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무심한 얼굴은 오히려 각자의 마음을 담아내는 넉넉한 여백이 됩니다. 일상의 사소한 순간과 관계 속 미묘한 온도를 포착하는 갑빠오의 시선은 보는 이들에게 다정한 위로와 해학적인 공감을 동시에 건넵니다.
하지(Haji)는 ‘예술가 아빠’의 시선으로 마주한 미술 놀이의 기억을 캔버스 밖으로 불러내 자유로운 예술 세계를 구축합니다. 색종이 띠를 엮는 놀이에서 출발한 <롤러코스터>는 얇고 유연한 나무 합판에 색을 입혀 전시장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입체 드로잉으로 변모시킵니다. 벽면과 바닥, 허공을 가로지르는 선들은 규격화된 공간에 생동감 있는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맞은편에 자리한 <봉봉스핀>은 원형의 개별 요소들이 팽이처럼 회전하는 키네틱 아트(Kinetic art)로, 중첩된 원들이 빚어내는 화려한 패턴과 물리적인 운동은 살아 움직이는 에너지를 뿜어냅니다. 역동적인 회전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잔상과 리듬은 마치 축제의 한가운데 있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요한 하위징아가 통찰한 놀이의 정신을 바탕으로 갑빠오와 하지가 펼쳐 놓은 상상의 조각들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잊고 지낸 우리 안의 순수한 즐거움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루덴스의 정원 The Garden of Ludens》을 통해 굳어 있던 일상의 감각을 깨우고, 마음속 루덴스를 발견하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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