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사물을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시선을 옮기며, 공간을 직접 지나갈 때 비로소 하나의 풍경을 경험하게 됩니다. 프랑스 철학자 메를로퐁티가 말한 ‘지각 현상학’은 세계를 눈으로 인식하는 대상이 아니라, 몸으로 지나가며 경험하는 과정으로 바라봅니다. 《상상정거장》은 이러한 지각의 방식을 바탕으로, 관람객이 예술의 레이어 사이를 직접 통과하며 감각의 변화를 경험하는 ‘환승의 여정’을 제안합니다. 익숙한 일상은 예술가의 시선을 거치며 해체되고, 다시 겹겹의 공간으로 재구성됩니다. 관람객은 이 정거장에서 서로 다른 감각과 장면 사이를 오가며, 일상 너머의 세계를 경험하게 됩니다.
첫 번째 정거장은 정승원의 ‘기억의 마을’입니다. 작가는 유학시절 브레멘에서의 시간을 바탕으로 일상의 파편들을 쌓아 하나의 풍경으로 구성합니다. 이 장면들은 평면을 넘어 입체적인 공간으로 확장되며, 관람객은 기억과 상상이 교차하는 세계를 거닐게 됩니다. 이어지는 공간은 정진경의 ‘파랑새의 숲’입니다. 입체 팝업북처럼 펼쳐진 이곳에서 관람객은 이야기 속 장면을 직접 걸어가며 경험하게 됩니다. 움직임과 사운드는 감각을 자극하고, ‘행복’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마주하게 합니다. 세 번째 정거장은 김병주의 ‘선의 도시’입니다. 견고한 건축은 가느다란 선으로 해체되고, 비워진 공간은 새로운 시선의 통로가 됩니다.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공간은 변화하며, 익숙한 도시는 낯선 풍경으로 다시 인식됩니다. 마지막으로 박상화의 ‘사유의 정원’이 펼쳐집니다. 영상과 빛의 레이어가 겹쳐진 이 공간에서 관람객은 풍경의 일부가 되어 머무르게 됩니다. 이곳은 일상의 소음에서 벗어나 감각이 고요히 머무는 순간을 만들어냅니다.
《상상정거장》에서의 이동은 단순한 관람이 아닌, 서로 다른 감각의 층위를 지나며 자신만의 경험을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전시를 나서는 순간, 익숙했던 일상이 이전보다 조금 더 입체적이고 깊이 있는 풍경으로 다가오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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