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신세계갤러리는 2026년의 첫 전시로 광주를 대표하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 작가의 초대전 《이이남의 산수극장: 고사관수, 세상을 바라보다》를 개최합니다. 2005년 광주신세계미술제 대상 수상 작가이기도 한 이이남은 고전 명화에 뉴미디어 기술을 접목한 작품을 통해 널리 알려졌습니다. 미술사의 상징이 된 이미지들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는 고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동시대를 향한 메시지, 그리고 위트가 담겨 있습니다.
2026년, 이이남 작가의 화두는 “우리는 무엇을 보고 있으며, 어디에 서서 그것을 바라보는가”입니다. 스마트폰과 SNS, 생성형 AI에 이르기까지 이미지가 끊임없이 생산·유통되는 시대, 작가는 ‘보는 것’의 의미를 다시 묻습니다. 이를 위해 고전 명화, 그중에서도 산수화의 힘을 빌립니다. 산수화 속 풍경은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와유(臥遊)하며 감상하는 이들은 그림 속을 거닐 듯 시선을 이동하며 자신만의 풍경을 만들어 왔습니다. 이이남 작가는 전통 매체와 신기술을 넘나들며 산수화를 재해석하여 풍경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채롭게 제시합니다. 친숙하지만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작품들이 펼쳐지는 이곳이 바로 ‘산수극장’입니다.
전시장을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박연폭포〉는 원화의 크기를 확대하고 설치 위치를 변화시킴으로써, ‘새롭게 바라보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전달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처음 선보이는 청화백자 스타일의 부조 연작은 〈인왕제색도〉와 〈매화초옥도〉 등 명화를 입체 공간 안에 자리하게 함으로써,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다른 인상을 만들어냅니다. 회화의 요소를 3D 영상으로 구현한 작품들은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여 이미지를 재구성한 가장 직관적인 예입니다. 햇살이 일렁이는 전시장 안쪽으로 들어서면 다른 시기와 지역, 문화권에서 제작된 강희안의 〈고사관수도〉와 클로드 모네의 〈해돋이〉가 빛을 매개로 함께 제시됩니다. 감상자는 갤러리 바닥에 투사된 노을빛 속에서 어느새 풍경의 일부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마주하는 윤두서의 〈자화상〉에 부착된 거울은 관객의 모습을 비추며, ‘지금 이 자리’의 시선을 호출하고 전시의 방점을 찍습니다.
전시에서 확인할 수 있듯, 기술의 발달은 이미지를 제작하고 표현하는 방식을 확장해 왔습니다. 그럴수록 중요해지는 것은 우리가 어떤 이미지를 만들고, 감상하는지에 대한 통찰일 것입니다. 화려하고 빠른 흐름에 휩쓸리지 않고, 그 물결을 자신의 것으로 삼기 위해서는, 먼저 내면을 바라보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산수화의 풍경은 마음의 풍경으로 이해되어 왔습니다.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된 작품은 물을 바라보며 명상에 잠긴 선비의 모습을 담은 〈고사관수도〉입니다. 한 해의 계획을 세우는 시기, 자신만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선비의 마음이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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