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UTE 3는 일본 후쿠오카를 남북으로 관통하는 국도 3호선을 가리킨다. KYNE의 닉네임 ‘route3boy’가 이 길에서 비롯되었듯, 이번 전시의 제목은 지명 자체라기보다 도시를 읽는 감각을 호출한다. 작가가 오래 주목해 온 것은 공공 공간에서 우연히 생성되는 장면들이다. 낙서와 그래피티의 흔적, 항만 창고와 고가도로가 만들어내는 공기, 사람의 스케일을 넘어서는 구조물이 드리우는 그늘. 이러한 장면들은 제한된 색과 굵은 윤곽, 큰 면으로 번역되며 KYNE의 화면 언어를 이룬다.
KYNE를 상징해 온 정면의 여성 얼굴은 감정을 과시하기보다 태도를 유지하고, 관람자와의 거리를 단단히 남긴다. 1980년대 아이돌 레코드 재킷의 프레이밍과 색면, 일본화(日本画)의 평면성과 공정, 그리고 그래피티가 요구하는 즉각적인 가시성이 한 화면 안에서 결속하며 이 인물상을 형성해 왔다. 그 결과 이 얼굴은 초상이라기보다, 이미지가 빠르게 소비되는 도시에서 ‘아이콘’이 성립하는 조건을 회화로 구현한 형태에 가깝다.
그러나 《ROUTE 3》에서 그 아이콘은 더 이상 홀로 서 있지 않다. 전시의 전환점은 두 개의 캔버스가 한 쌍을 이루는 작품들에서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한 캔버스에는 인물이, 다른 캔버스에는 표지판과 신호등, 교량과 고가도로 같은 ‘길’의 풍경이 놓인다. 풍경은 사실적 재현을 과시하기보다, 재료와 정보가 선택되고 배치되는 ‘편집’의 방식으로 구성된다. 굵은 선과 큰 면으로 정리되고 제한된 색으로 압축되며,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덜어 낸다. 그 결과 풍경은 배경으로 물러서지 않고 독립된 화면으로 선다. 인물 역시 그 옆에서 동등한 존재감으로 놓인다. 관람자는 ‘얼굴’과 ‘길’을 동시에 보게 되고, 이 병치가 전시의 핵심을 이룬다.
이 페어 구조는 인물과 장소를 한 화면에 섞기보다, 두 화면 사이의 긴장 속에서 장면이 성립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단일 캔버스 작품들에서도 계단과 난간, 벽체, 도로의 여백 같은 구조 요소들이 화면을 조직하며, 인물의 익명성과 장소의 익명성이 만나는 지점에서 KYNE의 정서가 생성된다. 이 전환은 ‘거리’의 문제와도 맞닿아 있다. 경계는 표정에서 공간으로 확장되고, '다가갈 수 없음'과 '닿지 않음'의 감각은 구조물과 여백을 통해 조형적으로 구축된다. 이는 배제를 위한 장벽이 아니라, 불필요한 침투를 허락하지 않는 태도의 형식이다.
《ROUTE 3》는 출발점이면서 방법론이다. 길은 목적지보다 지나치는 동안 남는 잔상으로 기억된다. KYNE가 그 잔상을 얼굴의 윤곽으로 붙잡아 왔다면, 이제 그는 잔상이 발생하는 조건까지 화면 안으로 초대한다. 장소의 구조, 표면의 리듬, 거리의 형식. 이 왕복의 한 구간이 서울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구간을 완성하는 것은 결국 관람자의 걸음과 시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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