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만의 시각 언어로 시대의 감각을 실험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도록 매년 ‘젊은대구작가들’ 전시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올해로 여덟 번째를 맞는 이번 전시는 ‘Rising Artists’ 라는 이름 아래 새로운 세대의 창작 역량을 가시화하며, 대구 미술의 젊은 토양을 다시금 단단히 다지는 자리가 되고자 합니다.
올해는 김선재, 김지윤, 염기남, 이민정, 이민희 다섯 명의 작가를 소개합니다. 이들은 실험적인 매체 탐구와 내밀한 시선의 기록, 회화·조각·설치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적 시도가 담긴 조형세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젊은 세대의 예술이 가진 에너지와 가능성을 생생하게 드러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지역 미술의 새로운 흐름을 모색하고, 다음 장(場)을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현실과 가상이 맞물리는 세계를 구축하는 김선재는 다양한 매체와 물성을 활용하여 그 경계에 존재하는 생명체와 환경을 조형적으로 탐구합니다. 현실의 사물과 상상의 형체가 넘나드는 장면을 통해 익숙한 세계를 낯설게 바라보게 하며, 그 안에서 새로운 지각의 전환을 경험하도록 이끕니다. 김지윤은 풍경 속에서 포착한 시간의 흐름과 변화의 순간을 회화적으로 전환합니다. 반복의 붓질과 덧칠, 문지르기를 통해 색과 형태의 경계를 부드럽게 이어가며, 우리가 쉽게 인식하지 못하는 시간이 흐르는 풍경을 감각적으로 드러냅니다. 염기남은 빛과 물질, 시간의 흐름이 맞물리는 지점에서 만나는 미묘한 파동을 포착합니다. 파라핀 왁스와 유리 안료, 돌가루 등의 재료를 반복적으로 쌓고 밀어내며, 빛의 여운이 스며드는 표면을 통해 시간의 결을 담아냅니다. 화면은 고요하지만 끊임없이 변화하는 층위 속에서 보이지 않는 순간의 지속과 존재의 깊이를 체험하게 합니다.
이민정은 개인과 타인의 관계, 소통과 침범의 경계에서 발생하는 불안과 균형의 상태를 드러냅니다. 종이를 접고 세운 다면체를 반복적으로 배열하여, 서로 다른 구조가 얽히고 겹치는 순간을 통해 불안정하지만 미묘한 질서의 이미지를 구축합니다. 이는 구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동시에 새로운 균형을 찾아가는 존재로 나타납니다. 이민희는 개인의 경험과 정서가 스며든 불꽃, 잔광 등의 장면들을 재현하며, 사라짐과 남음이 공존하는 존재의 흔적을 그려냅니다. 먹빛과 섬세한 색채의 중첩으로 빚어진 화면은 내면의 풍경을 시각화 하며, 기억이 머무는 자리에서 삶의 지속과 감정의 깊이를 사유하게 합니다. 다섯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Rising Artists 2025 젊은대구작가들>展은 각기 다른 감각과 매체로 시대를 사유하는 청년 작가들의 여정을 보여줍니다. 이들의 시선이 지역 미술의 지평을 넓히는 의미 있는 이정표가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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