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유주희·김겨울 2인전 <추상유희: 두 개의 리듬>展을 개최합니다. 추상은 재현의 틀을 벗어나 선과 색, 물질과 행위가 서로 부딪히고 어우러지며 새로운 시각적 질서를 구성하는 조형 언어입니다. 화면 위에 남겨진 형상들은 단순한 흔적을 넘어, 예술적 경험과 조형적 탐구가 축적된 과정으로 작동하며 새로운 관점의 세계를 나타냅니다. 이번 전시는 서로 다른 세대에 속한 두 작가가 추상을 매개로 구축해온 시각적 체계와 그 안에서 유동하는 감각의 흐름에 주목합니다.
유주희의 회화는 전통적 의미의 ‘그리기’라기보다 물질을 ‘밀어내는 행위’에 가까운 방식으로 전개됩니다. 붓 대신 스퀴지(squeegee)를 사용해 물감을 반복적으로 밀어내며, 그 과정에서 생겨난 겹과 결이 화면의 구조를 형성합니다. 이때 남겨진 파편적 자취와 리듬은 신체의 호흡과 시간의 흐름 속에서 축적되는 수행적 행위에 가깝습니다. 매질(媒質)의 강약과 속도, 물감의 농도를 통해 쌓인 흔적은 작가 삶의 궤적을 동시에 드러냅니다. 화면은 단정히 정리된 패턴처럼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무심히 흩어진 잔영처럼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 사이에서 규칙과 우연, 통제와 해방이 맞물리며 회화적 긴장이 발생합니다. 순간적 행위와 물질적 우연이 켜켜이 쌓여 생성된 장(場)은 행위성과 시간성이 응축된 장치로 나아가며, 추상이 지닌 성격을 새롭게 환기합니다.
김겨울의 작업은 비가시적인 영역을 드러내고, 드러난 것 너머를 다시 사유하게 합니다. 화면 위의 형상들은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움직임과 그 흔적을 부호화한 결과물입니다. 캔버스에 남겨진 섬세하고 투명한 결들은 표면에 머무르지 않고, 인식의 범위를 넘어서는 또 다른 차원을 제시합니다. 김겨울은 일상의 흔적을 집요하게 관찰하며, 그것을 추상적 질서로 전환합니다. 그러나 그 전환은 단순한 변형이 아니라, ‘보이지 않음’과 ‘감각됨’ 사이에 놓인 간극을 탐구하는 일입니다. 이 간극에서 작품은 곧 사유를 담아내는 공간으로 확장됩니다. 겹쳐짐과 사라짐, 흔적과 공백, 움직임과 멈춤 등의 층위들이 화면 속에서 긴장과 화음을 이루며, 단순히 이미지를 바라보는 것을 넘어 다시금 감각하는 순간을 맞닥뜨리게 됩니다.
세대와 방식이 다른 두 작가의 여정은 이번 전시 안에서 각기 다른 리듬으로 어우러져 추상이 지닌 다층적 가능성을 새롭게 드러냅니다. 유주희는 물질을 밀어내는 행위를 통해 시간의 흔적과 반복의 호흡을 쌓아 올리고, 김겨울은 보이지 않는 작용을 감각의 차원으로 전환하며 그 사이의 공간에 집중합니다. 두 작가의 교차와 공존의 지점에서 추상이 지닌 현재적 의미를 다시 묻고, 동시대 회화가 열어갈 지각과 새로운 인식의 지평을 경험하게 합니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