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이하며 광주신세계갤러리는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展을 개최합니다.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까지 전성기를 맞이했던 민화는 한국 미술사에 새로운 장을 열었습니다. 왕실의 필요에 의해 제작해 온 궁중 화원 화가들의 그림은 조선 말기의 혼란 속에서 궁의 울타리를 넘어 퍼져 나갔고, 이에 영감을 받은 수많은 그림이 때로는 전문적인 화가의 붓끝에서, 때로는 친숙한 백성들의 손에서 탄생했습니다.
민화는 민중의 소망을 담았습니다. 아이가 돌이 되면 장수와 출세를 기원하는 병풍을 두르고, 혼례를 올릴 때는 부귀와 다산을 기원하는 화조 병풍을 둘렀으며, 세상을 떠나는 순간에도 화려한 꽃상여와 병풍으로 고인을 배웅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함께 했습니다. 생로병사, 희로애락을 함께한 민화를 감상하는 것은 작은 소망부터 이상향에 대한 꿈까지 그림을 그린 이와 감상하는 이의 소중한 마음을 만나는 일이기도 합니다.
민중의 소망은 새로운 조형 위에서 피어났습니다. 민화의 소재나 기법은 궁중장식화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펼쳐진 작가들의 표현은 유례없는 예술의 영역을 열었습니다. 정해진 규격이 없기에 때로는 소박하고 거칠게 보이는 민화는 우리 곁에 너무나 흔했기에, 독창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민예품이나 속화(俗畵)로 불리며 평가절하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민화의 예술성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사로잡았습니다. 일본의 민예학자 야나기 무네요시(柳宗悅·1889~1961)는 이 매혹적인 작품들에 ‘민화’라는 이름을 붙였으며, 김기창, 장욱진, 이우환과 같은 현대미술 거장들도 민화의 조형성에 주목했습니다. 2024년 제작된 IVE의 뮤직비디오 ‘해야’에서도 흔적을 찾을 수 있듯, 민화의 아름다움은 한국 문화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비옥한 토양이 되고 있습니다.
《조선민화, 신세계에서 꽃피다.》는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선민화 컬렉션인 ‘김세종민화컬렉션’ 중 화조도, 책거리, 까치호랑이를 중심으로 한 대표작을 선보입니다. 미학적 관점을 중심으로 논의되며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 국공립기관에서 전시된 2,000여 점 컬렉션의 진수가 광주신세계에서 피어납니다. 대상을 해체하고 재해석하는 자유로움 속에 담아낸 옛사람들의 소망이 새해를 맞이하는 모든 이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해지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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