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는 설치예술가 정혜련과 노주련의 2인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展을 개최합니다. 우리는 눈으로 3차원적 공간과 깊이를 보고 있으면서도 그것을 보인다고 인지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19세기 이전, 고전미술의 대가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공간을 가시화하기 위한 기술을 훈련했고, 이들에게는 3차원적 공간을 2차원 평면에 실감 있게 표현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였습니다. 그러나 사진이 발명되고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예술가들에게 눈에 보이는 것을 똑같이 따라 그리는 것은 더 이상 그들의 과제가 아니었고, 사물과 공간을 화면에 똑같이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닌, 사물의 외형을 넘어 대상이 가진 잠재적인 힘과 의미를 예술가만의 감각으로 가시화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모든 감각을 총동원해 작업하는 예술가들에게 이제 ‘보이는 것’이라는 것은 단순히 가시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물의 외형을 넘어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깊이와 차원에서 발현되는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어떤 사물에 대한 진정한 의미를 찾기 위해서는 사물의 외형 그 너머의 무엇인가를 감각으로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사물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 같으나, 신체의 오감으로는 정의할 수도, 느낄 수도 없는 형이상학적인 의미도 함께 얽혀 그만의 가치를 갖습니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展에는 작품과 멀찍이 떨어져 감상하는 시각 중심의 평면 예술이 아닌 눈에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는 공간을 활용한 설치작품 총 7점이 출품됩니다. 작품으로 조성된 공간과 그 분위기를 통해 우리 사이를 구성하는 비가시적인 개념, 예를 들면 관계, 가치 등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것들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정혜련 작가는 공간에 대한 감각적인 입체드로잉을 바탕으로 장소성과 역사성, 지역과 인간 환경의 유기적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작품을 창작합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US2>는 작가가 지난 2021년부터 선보이는 프로젝트로, 수십 개의 폴리카보네이트가 연결되어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유영하는 ‘3차원 입체 드로잉’입니다. 마치 생명력을 표현하는 듯이 유연하게 공간을 가로지르는 리드미컬한 선은 작품과 관람객과의 만남을 통한 새로운 의미의 생성과 확장을 시도합니다. 노주련 작가는 유년의 기억을 해체하고 재조합해 딱지라는 본인 만의 조형언어로 승화해 냅니다. 작가는 사각형의 딱지와 큐브라는 외적 형태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으며 그 과정에서 내가 나로서의 모습을 갖추기까지 나의 내면에서 일어나는 복잡한 고민의 과정을 짚어봅니다.
이번 전시에서 설치된 작품은 주위를 자유롭게 맴돌며 각자만의 감각을 이용해 감상이 가능합니다. 또한 정혜련, 노주련 작가의 작품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인터뷰 영상과 함께 작품을 더욱 폭넓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가오는 겨울, 다채로운 조명과 빛으로 연출한 따스한 분위기의 전시공간에서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의 소중한 가치를 생각하며 예술가들의 시각으로 탄생한 공간에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경험과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의 발현을 느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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