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SEGAE LOVES ANDRÉ
그래피티는 모두를 위한 예술임을 말하는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안드레 사라이바. 자유와 사랑을 추구하는 그의 작업 세계로 물든 신세계백화점을 기대해보자.
세계적인 그래피티 아티스트 안드레 사라이바가 신세계백화점을 찾는다. 감각적이면서도 견고한 아트 작업으로 유명한 그는 현재 프랑스 스트릿 아트 신을 대표한다. 안드레는 루이 비통, 까르띠에부터 컨버스 등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브랜드와의 컬래버레이션을 진행하며 세계적 입지를 구축해왔다. 이 영민한 아티스트의 그래피티 아트가 신세계백화점에 불어넣을 활력을 기대하며 서면 인터뷰를 제안했다. 상징적인 캐릭터 Mr. A의 웃음처럼 재기 넘치는 답변이 돌아왔다.
Q 당신의 프로필에서 스웨덴계 프랑스인이라는 다국적 배경에도 주목하게 됩니다. 다문화적 배경은 당신의 삶과 작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A 다양한 나라에서 생활한 경험 덕분에 세상을 둘러싼 다채로운 문화와 언어에 수용적이며 개방적인 태도를 지니게 된 것 같아요.
Q그래피티라는 장르에 흥미를 갖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요? 그래피티 아트에 정착한 특별한 요인이 있었을까요?
A 사실 제가 그래피티에 다가갔다기보다는 그래피티가 저에게 다가왔다고 느낍니다.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부터는 중독되듯 깊이 몰입하게 되었고,절대 그만둘 수 없었죠. 처음 시작한 시기는 1980년대 초반, 프랑스 파리에서였어요. 참신한 표현의 방식이면서도 반항적인 태도를 지닌 것, 그것이 가장 큰 매력 아닐까요.
Q특정 구절을 표현하기보다 당신의 상징적인 캐릭터 Mr. A 같은 캐릭터가 등장하는 신을 중심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요?
A 캐릭터가 지닌 보편성이 마음에 듭니다. 다수의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대상이죠. 만약 은하계 저 멀리로 보내는 인공위성에 그 캐릭터를 그려 넣는다 해도, 은하계 저편 외계인이 Mr. A를 보면 바로 이해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Q Mr. A라는 캐릭터의 탄생 배경이 궁금합니다.
A 1980년대 후반과 1990년대 초반 파리는 그래피티가 한창 태동하는 시기였죠. 당시 거리의 벽을 보면 태그, 토사물, 장난감 등으로 뒤덮여 있거나 낙서가 많아 때로는 이름조차 읽을 수 없었어요. 그래서 저는 제 이름을 몇 줄 길이의 태그 같은 간단한 그림으로 대체해서 넣기 시작했어요. 여러 번 빠르게 그릴 수 있는, 저에 대한 일종의 비유적 상징 또는 분신을 만들어냈죠. 이렇게 탄생한 Mr. A는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저의 동반자가 되어주고 있죠.
Q 이 캐릭터를 통해 특별히 대중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요?
A 이 캐릭터에 얽힌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어요. 어느 날 길을 걷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분을 발견했어요. 멀리서 봤을 때는 그녀와 대화를 나누는 상대가 보이지 않았는데, 가까이 다가가서야 그분이 줄곧 혼자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벽에 스프레이로 그린 Mr. A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던 겁니다. 인상 깊었던 순간도 잠시,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아서 가던 길을 계속 걸어갔어요.
SHINSEGAE×ANDRÉ POP-UP
EXHIBITION
안드레 사라이바의 아트 워크를 다양한 포토존으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팝업 전시를 오픈합니다.
강남점 11층 S 가든 | 8월 25일~9월 27일
센텀시티 지하 2층 중앙광장 | 8월 25일~9월 17일
대전신세계 Art&Science 1층 보이드 | 9월 1일~24일
Q 신세계와 프로젝트를 진행한 소감은 어떤가요?
A 한국 문화에 꾸준한 애정과 관심을 가져온 팬으로서 이번 신세계와의 협업은 정말 흥미로웠습니다. Mr. A가 신세계백화점의 모든 고객, 그리고 한국인과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해 작업했고, 고객으로서 나눌 수 있는 상호작용에 대한 아이디어를 확대해갔죠. 고객과 직접 만나는 스토어에서 이 협업을 선보일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Q 작업실에서 듣는 음악, 가장 좋아하는 뮤지션, 작업에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 등 최근 당신에게 영감을 준 대상을 꼽는다면요.
A 스튜디오에서 프랑스 라디오 FIB 방송을 종종 틀어두곤 해요. 광고가 없어서 방송을 듣는 내내 방해받는 기분이 들지 않거든요. 로리 앤더슨Laurie Anderson, 모리시Morrissey, 레너드 코헨Leonard Cohen, 라 팜La Femme, 베르트랑 벨랭Bertrand Belin의 음악도 자주 듣습니다.
Q 아티스트는 대개 작업을 위해 다양한 나라와 도시를 방문하죠. 당신 또한 호텔리어면서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마찬가지일 테고요.
A 방문하는 모든 도시에서의 작업을 좋아하는 편이에요. 사실 그래피티 작업이야말로 한 도시를 탐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방식인 것 같아요. 아무리 낯선 곳이어도 작업을 하고 나면 관광객으로서의 표면적인 경험을 넘어 그 도시의 숨겨진 아름다운 민낯까지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죠. 평소 파리, 뉴욕, LA, 리스본을 오가면서 거주하고 작업하지만, 이렇게 서울과 도쿄 등 평소 자주 오지 못했던 아시아 도시는 특별한 영감이 되어줍니다. 서울의 길가 곳곳을 정처 없이, 자유롭게 돌아다녀보고 싶어요.
Q 여행의 즐거움엔 미식 코스를 빼놓을 수 없죠. 특별히 추천하고 싶은 레스토랑이 있나요?
A 호텔 그랜드 아무르에 있는 ‘북 바Book Bar’에서는 최근 세계 각국의 게스트 셰프를 초대하는데, 여기서 제가 좋아했던 요리를 소개할게요. 코펜하겐 출신의 셰프이자 친구 프레데릭 빌레 브라페Frederik Bille Brahe의 요리인데, 그의 음식은 쉽고 위트가 있어요. 로컬 문화가 가득한 북 바는 음악과 음식을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여행 중 어느 날 방문하더라도 관광객이 아닌 ‘찐’ 파리지앵 바이브에 동화될 수 있을 겁니다.
1 ‘호텔 그랜드 아무르’에 위치한 북 바.
2 안드레가 작업실에서 즐겨 듣는 프랑스 사이키-펑크 록 밴드 ‘라 팜’의 음반.
3 2013년 갤러리 라파예트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인 안드레.
4 브랜드 ‘옐로 팝’과 협업으로 제작한 네온사인 ‘Hello Mr. A’.
5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호텔 아무르의 네온사인.
6 2015년 리스본 어느 길거리에서 작업한 그래피티 아트.
7 안드레 사라이바가 작업한 〈드림 콘서트〉 포스터.
8 2009년 메디콤 토이와의 협업으로 선보인 ‘Kubrick Monsieur Andr´e Black 400%’.
9 평소 안드레는 뉴욕과 파리, LA와 리스본을 오가며 작업한다
Q 과거 인터뷰 중 인생의 주요한 가치로 ‘자유’를 말했어요. 호텔 아무르의 공동 창립자, 그래피티 아티스트, 그리고 13세 딸을 둔 아버지까지 당신의 삶을 관통하는 많은 역할 안에서도 이 가치는 유효한가요?
A 네. 자유와 사랑은 그림을 그리고 창작하는 제 삶의 중요한 원동력과도 같아요. 구체적으로 제가 말하는 자유란 타인의 허락을 기다리기보다 능동적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아서 해나가는 태도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네요. 그래서 저는 딸아이에게도 삶을 주체적으로 관리하고, 항상 자유롭고 자신감 있는 태도를 가지라고 가르치고자 노력합니다. 또 타인에 대한 친절과 공감, 그리고 소수와 소외된 자들을 보호하는 태도도 강조합니다.
Q 샤넬부터 메디콤 토이까지 다양한 패션 및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와 협업하면서도 작업 철학을 일관되게 유지해온 점이 흥미롭습니다.
A 그래피티 아티스트의 사명은 가능한 한 많은 장소에 이름을 새기고 최대한 많은 이들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초창기에는 벽, 지하철 터널, 배달 트럭, 상업용 광고판에 그림을 그렸고 이후엔 재킷과 티셔츠에도 그렸어요. 그렇게 해서 제 이름을 널리 알리고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죠. 어디에 그리든, 그건 그래피티를 구성하는 요소의 일부일 뿐이에요. 그저 다른 형식을 사용할 뿐입니다. 앤디 워홀은 그래피티를 팝아트의 궁극적 형태라고 일컬었는데, 그 이유는 그래피티가 모든 사람을 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종류의 사물에 그릴 수 있기 때문에 접근성이 뛰어나고 어디에나 어우러질 수 있죠. 공동 작업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Mr. A를 헬로키티, 미키 마우스, 스누피처럼 이름만 들어도 딱 떠올릴 수 있는 캐릭터로 만들고 싶어요. 제 작업에서 브랜드는 훌륭한 매개체가 되어줍니다.
Q 최근 샤넬과의 협업을 통해 〈드림 콘서트〉 포스터 시리즈의 시그너처 포스터 아트를 선보였죠.
A 수년 전, 뉴욕의 스튜디오에서 작업할 때 어느 날 뮤지션 세르주 갱스부르의 아들이 찾아왔어요. 아버지를 위한 헌정 콘서트 포스터를 만들어달라고 하더군요. 안타깝게도 나중에 헌정 콘서트는 무산되었지만, 포스터는 그 벽에 그대로 남아 있어요. 그 포스터를 통해 제가 좋아하는 뮤지션을 한데 결합하는 아이디어를 얻었죠. 현실적으로는 아티스트들의 재결합이 어려운 사정이 있었지만, 포스터에 이름을 함께 넣는 것만으로도 그 콘서트의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그래서 날짜와 장소가 적힌 포스터 시리즈를 인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공연을 홍보하기 위해 밤에 나가 포스터를 LA, 뉴욕, 파리 등 각 도시의 시내 곳곳에 붙였죠. 포스터에 적힌 공연장 앞에서 줄을 서서 티켓을 사고자 했던 사람들의 문의가 올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죠.
Q 그래피티 아트는 당신의 말처럼 모두를 위한 예술로 진화했습니다. 오랜 시간 그 현장을 지켜온 그래피티 아티스트로서 앞으로 이 문화가 어떻게 발전하기를 바라나요?
A 저는 항상 그래피티 아트가 모순적이라고 생각해요. 한편으로는 사회와 예술계에서 인정받는 반면, 매우 불법적이고 반항적인 행위로 비칠 때도 있죠. 언더그라운드와 주류를 오가는 ‘모호함’이 매력적이기에 앞으로도 흥미로울 겁니다.
Q 앞으로 도전하고 싶은 목표가 있나요?
A 가족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 사랑과 자유를 주요 가치로 내세우는 건물을 짓고 싶습니다.
SEASON IN THE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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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Kim Minhyung
photographer Murat Abdulshakhido
©André Saraiva, Hôtel Grand Amour, Getty Images, Unspla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