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속의 길은 자유가 만든다
2019/6 • ISSUE 15
좋은 여행자는 여행을 두 번 간다. 처음엔 발로, 나중엔 손으로 걷는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 맡고 피부로 느낀 것을 언어로 바꾸어 백지에 새길 줄 안다. 발로 걸어 탐색한 곳을 내적 지도에 옮겨 적는다.
writerJang Eunsu 출판편집인, 문학평론가
숲으로 갔네 그렇게 나 혼자서 아무것도 찾지 않는 것 그게 내 뜻이었네.
-괴테의 시 ‘발견’ 중에서
숲의 존재는 이 엄연함을 우리에게 환기한다. 미칠 것 같으면 숲길을 걸어야 한다. 무작정 자유를 시험해야 한다. 대지의 바깥에 존재하기 때문에 숲은 자유롭다. 〈대지의 노모스〉에서 독일의 철학자 카를 슈미트는 “대지는 법의 어머니”라고 말했다. 라틴어 노모스nomos는 인간이 지켜야 할 ‘규범’을 말한다. 이 단어는 ‘나누다’라는 뜻의 동사 네메인nemein에서 유래했다. 노모스는 무작위한 대지에 임의로 경계를 가르고, 특정한 질서를 부여해서 배분하는 일이다. 밭과 풀밭 사이에 두둑을 마련하고, 마을과 숲 사이를 벌목해 구분한다. 이로써 인간이 사는 공간과 살지 않는 공간이 나누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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