션 스컬리
휴머니스트의 추상화
2019/1 • ISSUE 21
writerHo Kyoungyun 아트 저널리스트 editorKim Jihye
“인간이 자신의 나약함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장소에서,
대가인 스컬리 역시 미술에 대한 경외심과 함께 여전히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20대 시절 모로코 여행을 하면서 지역 특산품으로 나온 줄무늬 모양 패턴 천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말했지만, 그게 이유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추상화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칸딘스키가 ‘위대한 추상화’로, 몬드리안이 ‘추상적 사실화’로 표현했던 현대 회화의 과제를 션 스컬리는 새로운 차원의 자의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션 스컬리는 기하학적 구조에 색상을 통해 개성을 부여하고, 그것에 인간성을 다시 한번 부여했다. 미술평론가 도널드 커스핏Donald Kuspit은 션 스컬리에 대해 “그는 추상을 가장한 휴머니스트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영적 깊이가 있으며, 최고의 거장 작품들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중요성이 있다. 스컬리 작품의 영적 경험은 구상 회화의 형상보다 오히려 뉘앙스와 채도를 통해 전달된다”고 평한 바 있다.
최근 베니스에서 열렸던 개인전도 션 스컬리의 휴머니스트적인 면모에 힘을 실어줬다. 일반적인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아닌 16세기에 지어진 베네딕트 성당에서 열린 이 전시의 제목은
“그는 추상을 가장한 휴머니스트 거장이다. 그의 작품들은 영적 깊이가 있으며,
최고의 거장 작품들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중요성이 있다. 스컬리 작품의 영적 경험은
구상 회화의 형상보다 오히려 뉘앙스와 채도를 통해 전달된다.”
스컬리에 따르면 그의 작품은 형태, 에지, 무게의 압축으로 볼 수 있다. 작품에 서로 연결된 블록은 땅과 바다, 하늘을 상징하며, 그 사이에 컬러·공간·무게·공기 등의 요소를 한데 아우르는 듯하다. 특히 물감이 마르기 전 여러 겹으로 덧칠하여 얻어낸 풍부한 색채감과 미묘한 공간감은 감정적인 공명을 전해준다. 한 작품 안에서, 심지어 동일한 컬러에서도 서로 다른 리듬감과 속도감이 공존한다.
스컬리의 초기 작품은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나서 물감을 칠하는 하드에지 스타일이었지만, 이후 손으로 선을 그리기 시작하면서 보다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게 되었고 붓 터치도 보다 더 선명하게 드러났다. 캔버스 표면에서 붓질은 조직적인 저항을 받으며, 불가능한 빛과 생생한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는 ‘시각적 촉감’을 불러일으킨다. 오감의 하나로 촉감을 넘어, 만지지 않고도 캔버스의 표면에 따라 시각적으로도 다르게 느껴지는 시각적 경험. 션 스컬리의 그림에서 무한한 가능성을 느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이러한 시각적 촉감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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