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왜 음악을 틀었고 교도소 전체에 음악이 울리도록 했을까? 음악 소리를 듣고 달려온 교도소장이 당장 끄라고 힐책했을 때 그는 왜 볼륨을 더 높이는 기이한 행동을 했을까? 교도소장은 또 왜 그렇게 음악을 꺼달라고 다그쳤을까?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앤디 듀프레인(팀 로빈스 분)은 악명 높은 교도소 쇼생크에 수감된다. 아내와 그녀의 정부를 살해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았기 때문. 유능한 은행 간부였던 그는 인생 막장으로 끌려온 범죄자들 한가운데 던져진다. 그러나 앤디는 우연한 기회에 교도소장의 검은돈을 관리하게 된다.
특별한 보직을 맡은 앤디는 여느 수감자들과 달리 간수의 방을 드나들었는데, 그곳에 음반이 있었다. 세상에서 밀려나 무의미한 나날을 보내는 그에게 음악은 유일한 위안이었다. 어느 날 앤디는 교도소 수감자 모두에게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충동적이지만 그 생각은 화산의 용암처럼 오래전부터 앤디의 마음속에서 들끓고 있었던 것 같다. 음악을 틀어야겠다는 결심을 하자 행동은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마음에 두고 있던 레코드를 턴테이블에 얹고 바늘을 내렸다. 방문을 잠그고 방송 스위치를 하나씩 올렸고, 이내 음악 소리는 운동장, 작업장, 의무실로 울려 퍼졌다.
여기서 흘러나오는 음악은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의 아리아 ‘저녁 산들바람은 부드럽게’다. ‘편지의 이중창’이라고도 부르는 이 노래는 두 명의 소프라노가 부른다. 백작 부인 로지나의 빛나는 목소리와 하녀 수잔나의 맑은 목소리가 교도소 구석구석에 흐르기 시작한다. 운동장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던 죄수들, 작업장에서 일하거나 병상에 누워 있던 죄수들은 하던 일을 멈추고 음악이 들려오는 곳으로 눈과 귀를 모은다. 운동장 가운데 높다랗게 걸린 녹슨 나팔 스피커에서 경쾌한 선율이 울려 퍼지자 수감자들은 홀린 듯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다. 모든 움직임을 멈추고 죄수와 간수들까지 일제히 스피커를 바라보는 모습은 전율을 불러일으킨다. 그들의 넋 나간 듯한 얼굴은 그 순간 자신이 누군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무슨 죄를 지었는지 모두 잊은 것만 같았다. 음악을 듣고 달려온 교도소장이 잠긴 문을 두드리며 “어서 꺼! 끄라니까” 하고 다그치자 주인공 앤디는 잠시 머뭇거리다 오히려 볼륨을 높이고는 교도소장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소 짓는다. 소름 돋게 통쾌한 장면이다.
무엇이 그로 하여금 모진 구타와 독방 징벌을 감수하게 했을까. 사실 아리아의 내용은 그다지 우아하지 않다. 백작은 하인 피가로의 도움으로 로지나와 결혼했지만 이내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린다. 그런데 이 호색한이 먹잇감으로 찍은 사람이 바로 하인 피가로의 약혼녀이자 아내의 하녀 수잔나다.
지난 시대의 풍습인 초야권初夜權을 행사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백작을 혼내주기 위해 백작 부인 로지나와 하녀 수잔나는 꾀를 낸다. 정원에서 만나자는 편지를 보내고 백작이 나오면 수잔나로 변장한 로지나가 정체를 드러내 창피를 주자는 것. 그러니 둘이서 부르는 편지의 이중창은 이런 내용이다.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오늘 저녁 불어옵니다. 소나무 둥치 아래로.” 밀회의 시간과 장소다. 이런 걸 불러주고 받아쓰는 두 여자의 마음은 어딘가 모르게 쓰리고 민망할 것이다. 그러나 모차르트는 이런 가사에 천상의 선율을 입혔다. 스토리가 속되다고 저속한 음악을 입힌 것이 아니라 가장 아름다운 화음으로 극의 품격을 높였다. 그 선율의 절대적 아름다움에 죄수들은 일제히 입을 닫고 음악에 심취한다.
그날 작업장에서 일하다 말고 아리아를 들은 앤디의 옥중 친구 레드(모건 프리먼 분)는 출옥한 뒤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나는 지금도 그때 두 이탈리아 여자가 무엇을 노래했는지 모른다. 음악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웠고, 그래서 가슴이 아팠다. 이렇게 비천한 곳에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높고 먼 곳으로부터 새 한 마리가 날아와 우리가 갇힌 삭막한 새장의 담벼락을 무너뜨리는 것 같았다. 그 짧은 순간만큼은 쇼생크에 갇혀 있는 우리 모두 자유를 느꼈다.”
그의 말에 앤디가 왜 음악을 틀었는지에 대한 답이 있다. 앤디는 그토록 갈망하는 ‘자유’ 를 쇼생크 친구들과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죄수들이 자유를 떠올리기 시작하면 교도소 담장은 파도 앞 모래성이 될 것이라는 사실을 교도소장은 직감적으로 알았을 것이다. 이후 앤디는 고대하던 탈옥으로 쇼생크 탈출에 성공한다. 그의 가슴에 흐르던 음악은 무려 20년 동안 자유와 희망을 잃지 않게 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