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ries of
THE ALHAMBRA
2019/11 • ISSUE 19
알람브라의 낭만을 기억하는 두 남자가 서로의 기억을 유심히 들여다본다. 와인병이 다 비워질 즈음, 그들은 와인에 취하기보다 알람브라의 낭만에 취해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editorKim Jihye writerSeo Jaewoo 〈매거진 B〉 에디터
“날것이지만, 자연의 울림처럼 느껴지는 집시의 설움과 흥.
알람브라궁전을 떠올릴 때마다 집시가 생각나요.”
이 신비롭고 아름다운 궁전을 소중히 기억하는 사진작가 배병우와 클래식 기타리스트 장대건을 파주에 자리한 ‘배병우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두 사람은 알람브라궁전 사진이 전시됐던 미술관에서 처음 대면했다. 전시가 열린 당일에 장대건은 배병우의 사진을 보며, 프란시스코 타레가Francisco Tarrega의 독주곡 ‘알람브라궁전의 추억’을 연주했고, 이후 두 사람은 코가 비뚤어질 때까지 술을 마셨다. 두 사람의 만남엔 늘 술이 함께했는데, 인터뷰 당일도 스페인 북서부 라이스 바이샤스의 알바리뇨Albariño 포도로 만든 와인, 리아스 바이샤스Rias-Baixas를 마셨다. 장대건이 기억하는 알람브라궁전은 권위적이기보다 자유로움이다. 스페인 유학 시절 종종 궁전에서 기타를 연주했던 장대건의 추억에 배병우도 자신의 30대를 떠올렸다. 그가 알람브라궁전을 방문한 건 30대 후반이었다. “한낮에도 아줌마들이 나와서 술 마시면서 플라멩코를 추는데, 그게 꼭 ‘놀자판’ 같았어. 내가 여수 사람이잖아. 여수 오동도에 가면 대낮부터 아줌마들이 술을 마시고 춤추거든. 묘하게 닮아 있는 거야. 그때 다짐했지. 언젠가 이곳에서 정말 멋진 사진을 찍겠다고.” 배병우는 자신의 고향 같은 알람브라궁전이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페인 문화재 관리국에서 연락이 왔다. 정확히 20년 뒤의 일이다. 카메라를 챙기고 다시금 알람브라궁전을 방문했을 때 변한 건 세월뿐이었다. 20년 전의 기억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 순간 담고 싶은 이미지가 떠올랐다. 알람브라궁전의 형태를 잘 찍기보다, 자기 시선으로 바라본 추억이 서린 풍경을 담았다. 장대건은 당시 마주했던 배병우의 사진을, “궁전이 묻힌 듯 보이지만, 배경을 박차고 나오는 느낌”이라고 회상했다. 배병우는 와인 잔을 반쯤 기울였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두 남자의 술잔이 다 비워졌을 때쯤, 이들은 알람브라에서 꾸던 꿈을 다시 마주한 듯했다.
무엇보다 배병우를 기쁘게 한 건 ‘워싱턴 어빙이 다녀간 후 100년 만에
아시아인이 알람브라를 소개하기 위해 왔다’고 쓰인 전시 기획자의 서문이다.”
최근 본 상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