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계사년(癸巳年)을 맞이하여 인천신세계갤러리에서는 신년유람(新年遊覽)展을 기획하였습니다. 우리의 산수와 일상의 풍경들을 독특한 재료와 현대적 방식으로 재현한 한국화 작품을 선보이는 전시입니다.
유람(遊覽)은 조선시대 사대부들이 우리의 산수를 돌아다니며 그 안에 깃든 역사와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행위였으며 이를 통해 성리학적 세계를 추구한 문인화가들은 내면세계를 성찰하며 정신적인 수양을 했습니다. 자연을 하나의 대상으로 바라본 서양의 화가들이 한 눈에 조망하는 풍경을 모방하여 그린 반면, 우리의 옛 화가들은 산천을 유람하며 실경을 사생하고, 이를 기억과 마음에 담아 형상화 하면서 다시점의 풍경을 한 화면에 관념적으로 재구성하여 그리는 조형어법을 선택했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4명의 작가들은 이 시대를 유람하며 현대사회의 여러가지 풍경들을 화면 위에 재구성합니다.
동시대를 살아나가는 현대인의 정체성에 대한 사색들과 삶의 단상들이 담겨진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신년유람(新年遊覽)展은 먹의 사용, 수묵의 기법을 벗어나 고서(古書)를 꼴라쥬하거나 오브제, 닥종이를 이용한 설치, 산수화 벽화 등 이색적인 작품으로 구성됩니다. 여기서 지필묵이란 전통산수화의 조형적 형식들과 서양화의 표현기법이 혼용되며, 자연풍경이 아닌 우리를 둘러싼 도시공간, 주변의 일상사 등 소재의 확장으로 한국적 정서를 근간으로 하는 현대적 산수화가 재탄생 합니다. 산수풍경, 평범한 일상의 장면들과 같은 이질적인 이미지들이 꼴라쥬 된 오민수의 작품은 관람자들로 하여금 과거와 현재의 풍경이 혼재되는 낯선 경험을 하게 합니다. 또한 작가 권인경은 자신을 둘러싼 도시를 관조자의 태도로 바라보면서, 관람자의 시선을 그림에 끌어들여 함께 도시를 유람하게 합니다. 다양한 시점의 이미지들과 고서가 꼴라쥬 되면서 인간 삶의 순간들이 누적된 모자이크와 같은 도시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한국화는 전통의 맥을 이어가면서 현대적 미감을 구현하고자 하는 끊임없는 고민 속에 있습니다. 순환되는 시간과 존재의 흔적을 테마로 하는 구본아는 한지 꼴라쥬, 오브제 설치를 이용하여 물성의 표현과 수묵실험을 합니다. 기계 부속물과 같은 인공의 것과 나비, 꽃, 암석 등 자연의 요소들이 한 공간 속에 대비적으로 재현됩니다. 한편, 김소영이 먹채색을 한 닥종이로 만든 고리, 환(環) 형태를 잇는 이색적인 설치작업은 비움과 채움의 반복으로 삶의 행위로 비유됩니다. 이와 같이 한국화 작가들은 전통이 내재된 시대적 가치를 반영하면서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과 실험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어제와 오늘의 시간, 자연과 문명의 공간이 꼴라쥬 되는 새로운 시공간의 풍경을 유람해보시면서 삶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과 가치관이 확장되길 바랍니다. 보다 다채롭고 새로운 도전들로 가득한 한 해가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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