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인천점은 지역대표 원로작가 전시로 "김경인_소나무의 얼과 힘展"을 개최합니다. 김경인 화백은 "소낭구의 화가" ("낭구"는 "나무"를 다정하게 이르는 방언)로 불릴만큼 20년 이상 민족의 정신이 담긴 소나무를 그려왔습니다. 작품 속 소나무의 힘찬 리듬감은 임진년을 맞이하여 승천하는 용의 기상과도 상통하는 듯 합니다. 또한 소탈하면서 송진의 깊은 내음을 닮은 소나무들은 민족의 얼과 향기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그는1991년 처음 소나무를 접한 후 그 형상 안에 숨겨진 에너지에 주목하면서 충남 당진에 작업실을 두고 자연에 둘러싸여 작품활동에 전념하기 시작하였는데, 그 당시 대작으로 그려진 소나무의 형상을 살펴보면 선의 리듬과 에너지가 매우 강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의 소나무에 대한 탐구와 집중은 단지 조형성을 위한 순수로의 회귀가 아니라 민족의 신명과 기(氣)를 새롭게 조명하고자 한 민주적 신념에 기반하였습니다. 작가의 예리한 직관과 강한 신념이 소나무 특유의 인상과 정취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김경인 화백은 소나무를 찾아서 강원도 깊은 산골부터 전라도 땅끝 마을까지 풍류객이 되어 전국을 세차례나 돌았다고 회상할 정도로, 소나무를 단순한 그림의 소재가 아닌 겨레의 얼로 보고 그 철학을 스스로 연구해왔습니다. 그리고 "더불어 사는 것"의 의미를 소나무에서 찾고자 하였습니다. 무분별한 개발보다는 자연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인간의 도리와 민족의 힘이 여기에 담겨있는 것입니다. "외솔은 홀로 있습니다. 그 홀로라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더불어 소나무끼리 있어야 멋이 나고, 외롭지 않으며 우리 겨레의 철학이 제대로 살아납니다." 라는 작가의 말처럼 역동적인 필치로 그려진 장엄한 소나무 숲은 더불어 사는 삶 자체를 형상화합니다.
또한 화폭을 가득 메운 리드미컬한 선과 색, 보는 이의 시선을 휘감아 몰아치는 듯한 강한 필력은 서구의 미술을 답습하지 않고 새롭게 해석하고자 한 작가의 열정을 대변합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이 작업들의 기반이 되는 드로잉과 크로키 습작도 소개될 것입니다. 소나무 근처에 자그마하게 간간히 보이는 풀, 동물, 인간 등의 생명체들은 작가의 상상력, 포용력 있는 예술적 감성을 느끼게 하는 모티브들입니다.
1995년 이중섭 미술상을 수상하였으며, 인하대에서 후진양성에 힘쓰고, 그 이후에도 한국 미술에 의미있는 괘적을 남기고 있는 작가는 작업을 지속해가는 이유를 묻는 후배의 말에 그림을 통해 추구하는 건 "영혼의 자유로움"이라 답합니다. 그의 말처럼 이 소나무에는 일종의 신앙적인 아우라, 영적인 도달점을 향해 가는 원로작가의 지난한 발걸음이 배어있습니다. 이 전시를 통해 영혼을 해방시켜 소나무의 청량한 푸른 빛을 감상하시면서 그 힘찬 기운과 함께 우리가 잊고 살았던 얼과 가치를 느껴보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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