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세계갤러리에서는 고즈넉한 가을을 맞이하여 장진의 ‘달빛 프리즘(Moonlight Prism)’ 전시를 개최합니다. 작가 장진은 자연에 대한 사색을 담백하게 먹으로 표현합니다. 고요한 하늘과 그 아래 잔잔히 내리앉은 듯 보이는 건물의 풍경들, 그리고 한편의 시와 같은 달의 모습, 노을이 지는 붉은 하늘 등 작가는 자신의 감각으로 자연을 재창조합니다.
작가 장진은 소재적으로 전통을 계승하였으나, 기법상의 꾸준한 연구와 실험을 통해 한국화로 얽매이지 않는 회화적 세계를 만들어갑니다. 수려한 기법과 절제된 수양정신에 의하여, 그가 대면하는, 그리고 화면에 드러난 자연의 모습은 평온하고 숭고한 모습입니다. 이것은 실재이지만 작가의 눈과 사색을 통해 새롭게 재현된 자연입니다. 그의 작품은 자연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것은 지정학적이거나 물리적인 특성을 그대로 재현해낸 것이 아니라, 그 내면의 본성을 작가의 심성(心性)으로 승화시킨 결과물입니다.
이 작품들을 두고 작가는 ‘시적 인식’과 ‘순간의 반영’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시적 인식’이란 사물들에 내재한 존재와 인간내면의 존재 사이의 상호소통을 의미한다는 것인데, 여기에서 어떠한 일치감이나 심적인 발견이 이루어지는 상태, 이 순간에 이 작품들은 탄생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를 일컬어 장진은 “시인 혹은 화가는 밤하늘에 떠있는 달빛 속에, 한 송이의 들꽃 속에서 자신의 내면적 존재와 일치되는 어떤 것, 공본성(共本性)적인 어떤 것을 발견하고 그것과 자신이 상호 교통함을 느끼게 된다.”라고 표현합니다. 작가의 말을 새기며 작품을 감상하면, 우리는 그의 풍경에서 실재를 넘어선 사유와 상상의 공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룬 상태, 자연의 외적인 재현을 넘어서서 서로 하나의 풍경으로 소통되고 흡수되는 순간을 그려갑니다. 이 순간은 주관적으로 시뮬레이션된 현실이자, 한편의 서정시와 같은 인상입니다. 실재와 감각, 가상과 감각이 서로 교차하면서 초월적인 이미지가 드러납니다. 화폭에 그림을 만드는 순간의 붓질은 작가가 구상한 필연과 함께 우연적 즉시성을 포함하는 것이며 일견 미니멀하게 표현된 풍경들은 실재와 가상 사이의 교차점에 위치하면서 실재의 풍경을 암시, 함축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달빛 프리즘(Moonligt Prism)의 매력에 심취해보시길 바랍니다. 그리움의 서정, 깊은 소망의 의미를 담고 있는 달의 이미지, 잔잔한 우수와 생명력을 지닌 하늘의 모습, 아득한 지평선의 풍경들을 감상하시면서 작가가 의도한 ‘시적 인식’, 사물의 내면과 우리 자신의 내면이 소통되는 소중한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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