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에서는 여름방학을 맞이하여 동심의 세계를 소재로 한 현대미술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는 ‘Summer Diary展’을 개최합니다. 현대미술가 6명이 동심의 눈으로 재현한 세상은 순수하지만은 않은 때로는 선과 악이 공존하며 모순과 아이러니의 세계입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일상의 사물들이 가상의 존재로 변하는 판타지를 경험합니다. 동심의 세계 속에 존재하던 오브제들은 참여작가들의 작품 속에서 또 다른 낯선 상황을 연출합니다. 작가 이병찬의 작품에서 형형색색의 일회용 비닐봉지는 괴물, 곤충, 꽃 등 거대한 생명체로 변신합니다. 참여작가들은 레고, 마루인형 등 우리가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장난감에 예술가의 숨을 불어넣어 새로운 존재로 재탄생 시킵니다. 박영균의 회화에서는 인형과 대중문화 캐릭터들이 현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정치적, 사회적 이슈들로부터 출발하는 작품들은 인간군상을 빗댄 플라스틱 인형 등을 통해 동시대 현실의 상황을 즐겁고 유쾌하게 재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배주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은 어린이의 모습이지만 욕망을 탐하고 제도 속에서 조작되는 현대인이 페르소나의 가면을 벗은 모습입니다. 한편 작가들은 어린 시절 우리에게 친근한 대중문화 아이콘을 빌려 우리 시대의 현실을 이야기합니다. 여기서 동심은 이제 단순히 침범 불가능한 순수의 영역이 아니라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넘나들며 부조리한 현실, 욕망이 넘치는 인간상을 담아내고 이를 극대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임지빈의 작품 속에 등장하는 명품 로고가 새겨진 베어브릭, 프링글스 등은 소비사회의 상품들이자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풍자하고 있습니다. 소비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상품을 소비함으로써 숨겨지고 억압된 욕망을 실현합니다. 전시 참여작가들이 만들어낸 다양한 캐릭터들은 자전적이고 개인적인 내밀한 이야기들을 들려줍니다. 예술가들의 어린 시절 개인적 기억들은 우리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보편적인 이야기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공기놀이, 딱지, 레고 장난감 등 유년시절 우리와 함께 하던 놀이들은 작가 최용석에 의해 종이죽이라는 익숙한 기법으로 재현됩니다. 이를 바라보며 우리는 유년시절의 아련한 추억 속에 빠져들게 됩니다. 또한 이번 전시에 소개되는 이소윤의 조각은 작가 자신의 분신이며, 설렘과 기대, 불신, 위로 등의 감정에 대한 작가 개인의 특정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는 자기고백적 상황을 연출합니다. 불신의 감정을 표현한 작품에서 이 검은 눈물을 흘리는 소녀의 슬픔은 우리의 막연한 기억 속에 존재했을지도 모를 순간을 보여줍니다. 분홍빛의 체크무늬 원피스를 입은 소녀가 우리를 바라보며 건네는 사탕은 작가 본인 스스로에 대한 위로이자 세상을 향한 화해의 표현입니다. 이번 ‘Summer Diary展’에서 시대의 이야기를 위트 있게 담고 있는 현대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통해 동심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유년시절로 함께 여행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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