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세계갤러리는 프레스코 기법으로 재료에 대한 깊이 있는 탐구를 해 온 김유정의 전시 ‘재료예찬’을 개최합니다. 작가는 감성적 사유를 통해 우리 내면에 내재된 심상들을 외부로 표출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기록으로서의 회화를 보여줍니다.
작가는 회벽이 마르기 전에 안료를 채색하여 고착하는 전통적인 프레스코 기법을 현대적으로 변용하여 회화 화면의 가능성을 확장시킵니다. 겹겹이 쌓여진 회벽층 위에 스크래치와 같은 상처내기를 반복하여 화면에 새겨진 사물들은 일상적인 풍경 속의 것들이 아니라, 음각의 선들로 재구성되면서 새로운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 받게 됩니다. 회벽 위에 각인되는 긁힘의 자국들은 우리 내면의 상처이자 외상들이 외부로 표출된 것입니다. 이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작가 김유정의 세상에 대한 여러 가지 상념들에 대한 재료 기법적인 은유입니다.
프레스코 기법으로 제작된 작품들은 상처 받은 존재들이 살아가는 세계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을 담고 있습니다. 삶의 여러 가지 단상들, 인간 심저의 것들이 회벽 위에 파이고, 스며듭니다. 그리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의 반복은 피부와 같은 회벽의 표면 위에 존재의 흔적들을 각인시키며 그 존재가 지닌 가려진 실상을 드러나게 합니다.
내면의 심상들이 프레스코화를 통해 생생하게, 그리고 때로는 흔적과 같이 스치듯 다가옵니다. 작가의 시선에 포착되어 그려진 화분, 식물 등은 외부세계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고 있는 듯 하지만, 그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내부의 폭력으로부터 상처받고 억압되는 모순된 존재이며 이는 심리적인 외상을 겪는 인간 심상을 은유적으로 암시합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프레스코 기법을 이용한 이색적인 작품들을 만나면서 작가의 회화 재료 탐구에 대한 예술적 열정과 이와 더불어 작품을 통해 발현되는 삶에 대한 진지한 시선들을 느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작가 김유정의 프레스코 작업은 동시대인들의 상처에 직면하여 그것을 새로운 의미로 해석하고, 더 나아가 이를 극복하는 내면 심리를 은유화하는 과정인 것입니다. 다양한 삶의 단상들이 담겨있고 치유의 도구로 의미 전환된 작품들을 통해 예술을 통한 감성의 정화를 경험해 보시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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