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환경의 날을 맞아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환경 테마 전시 <에코토피아 ecotopia>를 개최합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급격히 증가한 이상 온도에 의해 가뭄, 홍수, 폭염, 한파 등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재난들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며 인간의 모든 활동이 환경과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음을 절실히 깨닫게 합니다.
환경운동가 어니스트 칼렌바크(Ernest Callenbach)의 1975년 소설의 제목에서 유래한 ‘에코토피아’는 생태주의를 의미하는 에콜로지(ecology)와 이상세계를 뜻하는 유토피아(utopia)의 합성어로 생태주의적 이상세계를 의미합니다. 생태계의 자연 순환을 최상의 과제로 삼는 에코토피아 사회는 인간이 자연 속에서 다른 생명체와 공생하는 관계임을 강조하고, 균형 있는 생태적 질서와 대안을 모색합니다. 신세계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늘날 자연과 인류의 관계를 고민하는 다양한 예술적 방식들을 탐구하고, 우리의 삶과 자연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나누고자 합니다.
자연의 생명력과 교감한 순간의 감각들을 2차원의 평면에 풀어내는 김지선과 자연이 전달하는 온기, 따스함을 털실이라는 매체로 구현하는 박현지의 입체 회화는 자연의 에너지로 공간을 가득 채워 내면의 힘과 자연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시간을 전달합니다. 윤희수는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주제로 수면 아래의 보이지 않는 풍경들은 포착하고, 미세한 소리들을 채집합니다. 인공과 자연의 경계 또는 중간지대를 의미하는 작가의 유리 부표 조각은 수면 아래를 연상시키는 번져가는 불빛과 바다의 소리가 시각과 청각을 동시에 자극하여 나를 둘러싼 환경과 새로이 관계 맺게 합니다. 식물과 공존하는 미래를 상상하여 작업하는 소수빈은 신생태계의 진화된 식물들을 직관적인 시각예술로 풀어냅니다. 비닐, 빨대와 같은 플라스틱을 에폭시 레진으로 덮은 추종완의 회화는 자본주의의 상징인 동시에 쓰레기가 되어 껍데기만 남은 도상들이 물화되고 소외된 현대인의 위기적 상황을 은유합니다. 편리한 문명의 이기(利器)가 각종 재앙과 위기로 돌아온 것입니다. 장한나의 오브제는 버려진 플라스틱이 인간 사회의 위기를 불러온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연스럽게 생태 공간으로 흡수해버린 자연의 포용력을 보여줍니다. 풍화작용에 의해 암석화된 플라스틱인 뉴락(new rock)은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기후 위기의 피해자는 다름 아닌 우리 인간이 될 것임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원예찬의 ‘멸종한 생명체를 대하는 자세’는 현생 인류의 문명을 박물관의 유물처럼 박제함으로써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지 못한 인류의 미래를 직설적으로 보여주며, 끊임없이 생성되고 버려지는 도시 생태계 사이클의 원인과 결과를 다시금 상기시킵니다.
전 지구적 문제로 자리매김한 기후 위기는 공동의 연대감을 바탕으로 개개인의 작은 변화들이 모여 실질적인 노력을 실천할 때 비로소 극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본 전시가 인류와 자연의 관계와 이를 포괄하는 현재의 위기들에 책임을 느끼고, 변화하는 삶을 도모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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