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신세계갤러리는 3월 신학기를 맞이하여 회상, 회고, 추억을 의미하는 ‘retrospect’의 준말인 ‘retro’를 키워드로 학창시절의 추억을 되돌아보는 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때로는 여유없이 반복되는 현대의 삶, 문명에서 느껴지는 속도감은 우리의 감정을 메마르게 하곤 합니다. 과거에 대한 추억, 향수는 이러한 심적 불안감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삶의 의미를 반추하게 하는 힘이 됩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아티스트 8인의 작품들은 추억을 회상하고, 그 시절의 단상들을 공감하게 합니다. 사회 전반에 걸쳐서 사는 게 녹록치 않을 때, 과거의 전통 나아가 스타일을 모방하려는 경향들이 대두됩니다. 실제로 ‘뒤로’라는 의미의 접두어 ‘retro’는 문화 전반에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하나의 현상으로 자리매김 되었고, 신조어로 명사화되었습니다. 근간에 문화현상으로 회자되는 ‘영-레트로(young-retro)’, 즉 복고풍이되 현대적인 감성으로 승화되어 젊은 층에게까지 공감을 일으키는 라이프 트렌드는 이러한 조류를 반영하며, 미술계에서도 이러한 경향들을 종종 목도할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 백팩, 슈즈 등 IT 업계, 패션계와의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 작업을 활발히 보여주고 있는 팝아티스트 찰스장, 아트놈은 1970년대를 학창시절로 보낸 연령층의 추억이 담긴 캐릭터들을 통해 ‘만화영웅 부활 프로젝트’를 보여주거나 ‘삶에 지쳐 어디론가 도망가고 싶어하는 어른들’에게 잠시라도 쉴 수 있는 판타지 세상을 보여줍니다. 박영진과 SHARK IM은 시간여행의 지침서가 되는 드로잉 작품, 사운드가 가미된 설치작품들을 통해 관객이 직접 그 이야기 속에 들어가게끔 유도합니다. 또한 김석과 최현아는 학창시절을 상기하는 대표적인 소재, 착하고 믿음직스러운 고전 로봇이나 교복의 이미지를 통해 추억과 마주하게 합니다. 김아리따와 오은미 또한 과거의 시간을 영 레트로풍의 연극적인 공간으로 재현하면서 인천 신세계의 미술커뮤니티 모임 살롱 드 신세계(Salon de Shinsegae)에 참여한 관람객들의 추억의 사진, 짧은 글도 함께 설치하여 추억의 네러티브와 공감의 폭을 한층 넓힐 것입니다.
‘추억은 일종의 만남이다.’라는 칼릴 지브란의 명언처럼 아티스트 8인이 간직한 이야기와 관람객들의 추억이 따뜻하게 조우되기를 기대합니다. 이 작품들은 시간의 순환성과 직선성을 동시에 내포하는 시간여행의 지침서 역할을 할 것입니다. 현재와 과거의 특정 아이콘들이 차용, 혼합되거나 추억의 단상들이 작가의 주관을 통해 지금 여기에 재현되기도 합니다. 현대의 삶에서 느껴지는 속도감, 각박함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옛 추억과 마주하는 시간여행을 떠나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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