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신세계갤러리는 신춘기획전 《봄의 제전 The Rite of Spring》을 개최합니다. 생동의 에너지를 조망하는 이번 전시는 20세기의 아방가르드를 이끌었던 음악가 스트라빈스키의 대표곡 ‘봄의 제전’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스트라빈스키의 ‘봄의 제전’은 고대 러시아에서 봄을 맞이하기 위해 잠든 대지와 생명력을 깨우던 원초적 의식(儀式)을 그려내며 태고의 신화들을 재해석한 풍경을 제시합니다. 역동적 움직임과 원시적 도약으로 가득한 강렬한 선율은 본질로 회귀하여 대지의 생명력을 생생하게 표현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어 푸른 싹을 돋아내는 자연의 섭리는 소멸과 새 생명의 시작을 보여줍니다. 봄의 에너지는 그 무엇보다 강렬한 힘으로 잠들어있던 대지의 생명들을 깨우고 성장시킵니다. 참여 작가 6인의 작업은 원초적 생명력으로 회귀하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며 내면에 잠들어 있던 생동의 사유를 깨웁니다. 춤추는 원주민들의 몸짓을 나타내는 무아리 작가와 영적인 행위인 돌 쌓기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진귀원 작가는 태초의 에너지와 상상의 유토피아를 작품에 나타냅니다. 두 작가의 풍경은 인간의 문명 사회와 대비되는 원시 사회의 신비로운 에너지를 담고 있습니다. 현실과 환상의 간극을 이야기 하는 유재연 작가는 장미 동굴로 향하는 밤의 여정을 선보입니다. 작가는 늦은 밤 자연으로부터 체득한 감각들을 동화적인 풍경으로 그려내어 초현실적 세계를 은유합니다.
이이정은 작가는 자연 속의 생기(生氣)를 응축하여 회화로 풀어냅니다. “그들[자연]의 변화 속에서 그들의 살아있음과 나의 살아있음이 절묘하게 만나는 순간을… 나는 나의 회화 속에서 기다린다.” 작가는 자연에 내재된 ‘살아있음’의 생명력을 붓 터치와 강한 마띠에르의 추상적 형상으로 화폭에 펼쳐보입니다. 장기영 작가는 꽃이 만개한 찰나의 순간을 하늘에서 내려다 보는 듯한 부감(俯瞰)시점으로 표현합니다. 피어남의 절정에 이른 만개한 꽃은 고대 종교 의식에서 피의 제물을 대신해 신에게 선사하던 것으로, 작가의 꽃은 가장 절정에 다다른 생명력을 신에게 ‘헌화’하는 격렬한 서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사진작가 조성연은 생명과의 공생이라는 주제로 세심하게 관찰한 자연의 모습을 사진으로 기록합니다. 씨앗이 발아되어 싹이 나고, 열매가 맺혀 다시 씨앗으로 돌아가는 성장과 소멸의 모습은 순환하는 자연과 생명력에 대한 숭고함을 선사합니다.
자연의 시간이 언제나 그렇듯, 한 해를 시작하는 봄의 길목에 성큼 다가왔습니다. 6인의 작가가 전시장에 펼쳐 보인 기운생동의 정신들이 봄의 시작을 풍요롭게 알리고, 따스한 온기로 전달되어 화창한 설렘을 마음에 품어가시는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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