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몰랐던 안달루시아
언덕에 몸을 기댄 안달루시아의 작은 마을들은 단순한 풍경을 넘어선다.
걸어야 닿을 수 있는 소박한 마을에서 보내는 5일간의 여행.
안달루시아 여행이라고 하면 많은 이가 먼저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이 지닌 위엄이나 세비야의 대성당과 플라멩코의 열정을 떠올린다. 그러나 코스타 델 솔을 따라 이어진 길목의 작은 마을로 발걸음을 옮기면, 전혀 다른 얼굴의 안달루시아가 모습을 드러낸다.
말라가를 출발점으로 해안선과 산맥을 따라 이동하다 보면 도시와 마을, 해안과 내륙이 교차하는 여정속에서 여러 마을을 차례로 탐험할 수 있다. 하루에도 몇 곳을 이어 걸을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모여 있지만, 막상 들여다보면 마을마다 전혀 다른 표정을 짓는다. 이슬람 시대의 성곽을 간직한 마을, 올리브 농사를 이어가는 전통의 삶과 예술가와 여행자가 어우러져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내는 푸에블로 블랑코스를 찾아가려면 천천히 걸어야 한다. 걷고 멈추고 그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건네는 것이 이 작은 마을을 여행하는 방식이다. 여행자는 안달루시아의 또 다른 얼굴,
낯설지만 매혹적인 표정과 만날 수 있다.
writerAnna Gye editorJung Soonyoung photographerMonice Vinella
DAY 1. MALAGA 피카소가 남긴 예술 도시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의 해안 도시 말라가는 이제 단연코 스페인을 대표하는 예술 도시로 변모했다. 파리 분관 퐁피 두 센터와 세계적인 피카소 미술관, 대담한 색채의 스트리트 아트로 물든 소호 지구에 이어, 젊은 예술가와 여행자들이 이곳에 뿌리를 내리며 또 다른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지역 당국이 마련한 1유로 주택 프로그램 덕분에 버려진 집들이 하나둘 작업실과 갤러리로 다시 태어나고, 여행자들은 스쳐 지나가는 대신 아예 눌러 살며 공동체의 일부가 되어 말라가의 풍경을 더욱 생생하게 변화시키고 있다. 무엇보다 이곳은 파블로 피카소가 태어난 도시다.
그의 삶의 첫 장이 열렸던 이곳에는 지금도 생가와 미술관이 남아 있어
한 인간의 삶과 위대한 예술을 직접적으로 이어준다. 올드타운 끝자락에 자리한 아담한 생가를 거쳐 북동쪽 라구니야스로 발걸음을 옮기면 거친 담장마다 현대적으로 재해석된 큐비즘 벽화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특히 칼레 우에르토 델 콘데의 오래된 차고 문에 그려진 피카소의 ‘게르니카’ 복제 벽화는 결코 놓칠 수 없는 장면이다. 피카소가 세상을 떠난 지 반세기가 흘렀지만, 그의 고향 말라가는 여전히 창조와 상상력으로 불타오르며 예술 도시의 심장을 힘차게 뛰게 한다. 더불어 고대 로마와
이슬람 건축이 어우러진 역사적 풍경도 큰 볼거리다.
HOTEL 팔라시오 솔레시오 (Palacio Solecio)
18세기 궁전을 개조한 매력적인 부티크 호텔
ADD C. Granada, 61, Distrito Centro, 29015 Ma´laga, Spain
FOOD 칼레하(Kaleja)
안달루시아 전통 요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고급 미쉐린 스타 레스토랑
CONTACT www.restaurantekaleja.com
CAFE 카페 센트럴 말라가
전통적인 말라가식 커피 주문법(10단계)을 경험할 수 있는 상징적 카페
CONTACT www.instagram.com/cafecentralmalaga
DAY 2. RONDA.
투우사가 모여드는 협곡 마을
”말라가가 바다와 항구의 활기로 빛난다면, 론다는 산과 협곡의 드라마로 여행자를 사로잡는다.
기원전 9세기에 세워진 이 도시는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 중 하나로, 거대한 엘타호 협곡 위 고원에 위태로울 만큼 장엄하게 자리하고 있다.
고대의 흔적을 간직한 도시지만 론다는 또 다른 역사를 품고 있다.
바로 현대식 투우다. 18세기 곤살레스 오르도네스 가문이 완성한 투우 방식은 투우사를 단순한 전사에서 예술가로 격상시켰고,
이로써 론다는 곧 투우의 성지가 되었다.
도시 한가운데 서있는 플라사 데 론다 토로스는 그 상징으로, 1785년 세워진 원형 투우장은 웅장한 아치와 고전적 석조 구조로 스페인에서 가장
아름다운 투우장 중 하나로 꼽힌다.
매일 경기가 열리지는 않지만, 매년 9월 고예스카스 페스티벌이 열릴 때면 론다는 또다시 열광의 무대로 변한다. 18세기 화가 프란시스코 고야의
그림 속 복장을 한 투우사들이 전통 방식의 경기를 펼치며
역사극 같은 장관을 연출한다.
경기장 모랫바닥에 발을 내디디는 순간, 언덕 위 도시의 오랜 전통이 지금도 생생하게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HOTEL 카탈로니아 론다(Catalonia Ronda)
투우장과 협곡이 내려다보이는 최고 전망의 호텔
CONTACT www.cataloniahotels.com/en/hotel/catalonia-ronda
FOOD 바르달(Bardal)
미쉐린 2스타를 받은 고급 레스토랑으로 창의적인 로컬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미식 공간
CONTACT www.instagram.com/restaurantebardal
FOOD 트라가타(Tragata)
론다에서 가장 세련된 타파스 바 중 하나로
스페인 현지 밤 문화까지 느낄 수 있는 장소
CONTACT www.instagram.com/tragatabenitogomez
MONUMENT 푸엔테 누에보(Puente Nuevo)
구시가지와 신시가지 두 구역을 이어주는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