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피어나는 전통
지하 1층에 위치한 하우스오브신세계 기프트 숍과 5층의 전시 공간까지.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를 일상에서 더욱 특별하게 즐기는 방법을 제안한다.
지난 4월 9일,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대대적인 리뉴얼을 마치고 성대하게 오픈한 신세계 더 헤리티지. 백화점의 모든 공간이 새롭게 거듭난 헤리티지의 아름다움을 알려주는 듯하다.
네오바로크 양식의 건축미를 지닌 건물, 고풍적이고 전통적인 문양으로 위엄과 무게를 한층 더하는
대문 등 다양한 외적 요소가 헤리티지의 의미를 시각적으로 상징화한 것에 가깝다면,
지하 1층에 들어선 기프트 숍은 헤리티지와 일상의 조화를 통한 현대적 재해석을 명쾌하게 내놓는다. 어쩌면 신세계와 공예의 만남 그 자체만으로도 한국 공예 장르가
새롭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 것인지 모른다.
이를 위해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는 특별히 지하 1층과 5층 일부 공간을 기프트 숍과 전시 공간으로 단장해 한국의 전통문화를 일상에서 아름답게 즐기는 법을 제시한다.
우선 지하 1층 기프트 숍은 각종 아담한 크기의 함을 비롯해
패브릭, 주병, 와인 버킷, 커틀러리 세트, 티 컵 세트 등 의식주와 함께하기에 이상적인 아이템을 제안한다.
5층 전시관에서는 전시 <담아 이르다>를 통해 삶의 크고 작은 소중한 순간을 감싸온
보자기의 역할과 가치를 조명한다.
돌아보면 항상 우리 곁에 있었던 사물과 공간, 시간, 생활의 소중함.
이 모든 것이 자리한, 삶과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가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ditorJung Soonyoung, Kim MinhyungphotographerPark Chanwoo
귀한 것을 잇다
91년 역사를 지닌 국가유산 근대 건축물의 가치를 유지하며, 복원하는 방식으로 계승한 국내 유일의 쇼핑 문화 복합 공간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의 공간 구성과 기획을 맡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김경은. 그녀의 바람은 하나였다. 환대하는 마음을 담아 고객에게 가장 귀한 것을 드리고자 창립된 신세계백화점의 오랜 명맥을 이어가는 것. 예부터 다른 집을 방문할 땐 빈손으로 가지 않았고 특히 탄생과 결혼, 추모 등 중요한 의례마다 귀한 마음을 담아 선물을 건넸다. 김경은 디렉터는 이런 우리의 문화를 실마리 삼아 이왕이면 우리 것을 선물하는 게 의미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단순히 전통을 고증하고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전통이라는 날실과 현대라는 씨실을 엮어 오늘날의 삶과 쓰임에 부합하는 최적의 제품을 탄생시키고자 했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며 장인과 작가를 만나 그들의 철학을 깊이 새겼고, 그 가치를 장인과 고객이 함께 엮어가는 ‘위빙 헤리티지Weaving Heritage: 귀한 것을 잇다’를 프로젝트의 근간으로 삼았다.
한국인의 삶을 투영한 선물
김경은 디렉터가 이끄는 아트앤스페이스팀은 전통에서 현대까지 한국인의 삶에 스며 있는 생활의 지혜와 고유의 아름다움, 중요한 순간을 탐구한다. 실용적이면서도 멋스러움을 잃지 않는 한국인의 삶에 깃든 생활의 지혜와
고유의 아름다움은 한국인이 걸어온 일생이자 삶이며, 김경은 디렉터가 줄곧 강조한 ‘삶의 순환(lifecycle)’으로 정의할 수 있다. 이에 영감받아 오늘날의 쓰임새와 라이프스타일에 기반을 두고 장인 및 작가들과 함께 연구 및
협업 과정을 거쳐 탄생한 다양한 작품을 전시와 워크숍, 기프트 숍에서 만날 수 있다. 이를 통해 전통의 의미가 신세계백화점 고객은 물론 다음 세대와 해외 방문객에게도 전해지고, 전통과 한국적 가치에 대한 깊은 울림으로 다가올 것이라 믿었다. 그저 선반 위에 단순히 장식해놓는 전통 유물이 아니라 전통의 짜임새와 아름다움을 지키면서도 현대적 쓰임에 부합하며, 고객이 공감할 수 있는 제품을 경험 한다는 것은 귀한 것, 진정한 부유함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할 것이다.
한국적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
김경은 디렉터는 ‘아름지기’를 창립한 초창기 멤버인 어머니를 통해 우리 문화에 뿌리를 둔 소재와 기술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졌다. 어린 시절 외국에서 오랜 기간 생활했지만,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와 관심이 지금의 그녀를 만들었다고 고백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전통적 가치에 대한 탐구를 통해 공예를 이어가는 작가들의 전통 기술이 멸종 위기에 처했음을 알게 되었다. 짚풀을 엮어 바구니를 만드는 장인은 소수만이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고, 뒤를 이를 이수자가 없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위기는 늘 기회를 동반하기에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날것의 소재가 작품으로 완성되기까지, 장인의 섬세한 손길, 오랜 시간 축적된 기술과 열정이 물건의 속성을 넘어 진정한 가치를 만들어낸다. 도자, 금속, 나무처럼 삶에 뿌리내린 소재부터 이제는 일상에서 찾기 힘든 짚풀, 한지까지, 김경은은 한국적 소재의 무한한 가능성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리고 다음 세대에 전통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기록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통을 현대로 잇다
성이 시대 가장 귀하고 소중한 가치를 전하는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의
숭고한 철학과 시작을 담은 첫 전시가 열린다.
전통을 잇는 장인과 현대 작가들의 조우. 한국적 가치를 새로 쓰는 그들을 만났다.
writer Seol Mihyun프리랜스 에디터 editor Jung Soonyoung
국가무형유산 제114호 조대용 염장
시간, 정성, 기술이 빚어낸 위대한 유산
50여 년의 세월을 ‘발’과 함께 보내온 국가무형유산 기능 보유자 조대용 염장.
이번 전시는 전통 위에 현대를 써 내려가는 장인의 ‘발’을 지척에서 만날 기회다.
Q 총 4점의 ‘발’이 마중하듯 전시장 초입에 설치되어 있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번 전시뿐 아니라
하우스오브신세계 헤리티지에 상설 전시가 된다고요.
A 대나무의 자연스러운 질감을 살린 모던한 민발과 거북이 등껍질을 본뜬 육각형의 귀갑 문양 발을 만날 수 있어요. 여기에서 귀龜는 거북을 뜻하고요. 예부터 거북이는 장수의 상징으로 문에 이 문양을 달곤 했죠. 발은 주로 궁궐 여인들이 얼굴을 가리는 용도로 썼어요. 또 왕실의 결혼식, 팔순 잔치 등 대규모 인원을 수용해야 할 때는 발을 쳐서 신분별로 공간을 구획하는 데 사용했고, 조선 시대 중반에는 정 5품 이상만 발을 사용할 만큼 귀하게 여겼어요.
Q 귀한 만큼 만드는 과정도 까다롭더군요. 어떻게 만드나요?
A 사이즈, 문양에 따라 제각각인데, 복잡한 것은 4~5개월쯤 걸리기도 하고, 1년에 2개도 못 만드는 작품도 있습니다. 일단 모눈종이에 도면을 그려요. 거기에는 대올이 몇 가닥 들어가는지부터 대올과 실의 두께, 실 사이 간격까지 세밀하게 적어놓습니다. 우리 문의 높이가 보통 2m 정도여서 가로150cm, 세로 180cm의 발이 들어가죠. 그걸 기준으로 하면 0.6mm 두께의 대올이 1천8백~2천 개가 들어가요.
Q 전통 발에 머물지 않고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점도 눈에 띕니다. 선생님의 시그너처 외에 새로 시도하는 문양이 있을까요?
A 글자 문양, 육각형 귀갑 문양은 물론 거북이 한쌍이 바위 사이에 있는 문양을 구상 중입니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우리 한글도 그려보고 있고요.
Q 발에 익숙하지 않은 현대인에게 한국적인 발의 참멋을 짚어주신다면요?
A 발 작업을 하다 보면 모든 걸 잊고 심취하게 돼요. 화가 날 때도 작업을 하면 다 풀리죠. 발은 마음을 평온하게 합니다. 발을 통해 우리 조상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것 같아요. 햇볕도 가리고, 대와 대 사이를 스치는 바람의 통로로도, 공간을 구획하는 용도로도 썼으니 얼마나 애지중지했겠어요. 요즘엔 집을 짓고 공간에 잘 어울리는 발을 의뢰하는 분도 늘었어요. 카페에도 그렇고요. 아파트 거실 창에도, 그림처럼 벽에 걸어도 좋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