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을 달리는 남자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선욱.
오는 6월, 신세계 페스티벌에서 오랜 친구 아미하이 그로츠와
멋진 실내악 무대를 준비 중인 그를 만났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의 동력
쉴 틈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는 가운데 김선욱의 삶은 음악으로 채워진다.
그는 음악을 일상의 동력으로 삼고, 음악으로 소통한다.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을 하루 앞둔 오후의 신세계 트리니티홀. 짧지만 고도의 집중력을 요하는 리허설을 마치고 살짝 지친 모습의 김선욱과 마주 앉았다. 새해가 시작된 지 이제 고작 1분기 지났을 뿐인데, 그동안 해외에 다녀온 것만 세 번이라며 마른세수를 한다. 오늘 리허설을 마친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와의 협연뿐만 아니라 그가 음악 감독이자 지휘를 맡고 있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정기 공연 스케줄이 연말까지 꽉 차 있고, 오는 6월에는 신세계 페스티벌에서 절친이자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
로츠와의 협연도 앞두고 있다. 그 사이사이 잡혀 있는 해외 일정은 굳이 꺼낼 필요 없을 듯하다.
지난 4년간 제대로 된 휴식 한 번 없이 달려왔기에 휴식이 절실하다는 그에게는 번아웃이라는 말도 사치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였다. “힘들다, 힘들다 하지만 결국 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재미있고 좋아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렇게 열심히 하겠어요. 음악뿐 아니라 무슨 일이든 너무 좋아하는 것, 그게 기본값이 되어야 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좋아하지 않는 걸 억지로 하는 것만큼 불행한 일은 없죠.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에요.” 김선욱으로 하여금 이렇게 행복한 비명을 지르게 하는 수많은 스케줄 중엔 신세계와의 협업도 있다. 오는 6월 1일부터 신세계남산 트리니티홀에서 열리는 신세계 페스티벌에 그의 오랜 친구 아미하이와 특별한 실내악 무대를 펼칠 예정인 것.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츠와 김선욱의 인연은 꽤 깊다. 음악 페스티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고수는 고수가 알아본다’는 말처럼 음악적으로 서로 잘 통한다는 걸 알고 급격히 가까워졌다. 특히 두 사람은 다른 동료들과 함께 실내악 연주를 많이 했다. “비올라로 그런 소리가 나게 연주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와 음악적으로도 잘 맞고 실력도 최고라고 할 수 있죠. 게다가 그 친구, 실내악으로는 거의 괴물이거든요”.
writerJeong Ajin콘텐츠 디렉터 editorKim Minhyung photographerLee Jaean
"음악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따뜻한 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소음이 필요하기도 해요. 연주자들과 소통하다 보면 ‘이걸 위해 숨 쉬고 있구나’ 느껴져요."
이번에 아미하이와 함께 선보이는 곡 이즈코르Yizkor(In Memoriam)는 지난 2020년 아미하이 앨범에서 김선욱과 협연해 발표한 곡이다. 이후 5년 동안 여러 번 연주를 맞춰왔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들도 점점 성숙해지면서 분명 이전과는 또 다른 맛의 연주를 보여줄 거라는 기대가 크다. “연주는 할 때마다 달라요. 나무의 나이테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것처럼 음악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더 발전하고 성숙하면서 에센셜한 부분이 훨씬 잘 보이다 보니 걷어낼 건 걷어내고, 조금 더 명료하고 확신이 생기는 것 같기는 해요. 하지만 지금 장담할 수 없는 게, 내년에는 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르거든요. 김치도 그렇고, 와인도 그렇고,
가죽도 많이 사용할수록 고유의 때깔이 나오는 것처럼 한 인간이자 음악가로서 계속 숙성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 같아요.” 김선욱은 현재 클래식계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가장 활발하고 과감하게 넓혀가고 있는 음악가다. 그에게서는 새로운 도전에 대한 두려움이나 안주하고 싶어 한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마치 그런 단어는 자신의 인생 사전에 아예 없는 사람처럼. 처음에는 단순히 호기심과 음악에 대한 애정이고
원동력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 이면에 있는 더 큰 이유를 발견했다. 그것은 아마도 사람, 관계, 소통일 것이다. 그리고 소통의 영역을 확장해 자신이 지휘하는 오케스트라와도 케미스트리를 만들고자 했다. “연주를 할 때
단순히 건반을 누르는 것을 넘어 내가 어떤 음을 내고 싶은지 먼저 상상해야 해요. 그리고 온 마음과 진심을 담아서 그 소리를 만들어내는 거죠. 이전에는 혼자 했다면 이제는 오케스트라에 주문하게 되는 겁니다. 소리는 반드시 아름답다고만 해서 좋은 건 아니거든요. 음악으로 스토리를 전달하려면 정말 따뜻한 소리가 필요할 때도 있고, 때로는 소음처럼 시끄럽고 못생긴 소리가 필요하기도 해요. 그걸 연주자들에게 전달하고, 그 소리를 제대로 만들어내면서 서로 소통하다 보면 그 순간만은 ‘내가 이걸 위해 숨 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결국 음악도 사람이 하는 일이니까요”. 슈퍼히어로처럼 독주와 협주, 지휘로 종횡무진하며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거침없이 확장해가고 있는 김선욱. 처음에는 그것이 천재 음악가의 독주인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그 옆 수많은 동료들과의 그룹 런이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 석사과정(MA)을 마친 후 2019년, 영국 왕립음악원 회원(FRAM)이 되었다. 2004년 독일 에틀링겐 국제 피아노 콩쿠르, 2005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으며,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 독일본에 위치한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영민한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츠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츠가 또 한 번 김선욱과 만난다.
아미하이 그로츠Amihai Grosz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각광받는 비올라 연주자 중 하나다. 1979년 예루살렘에서 태어난 그는 11세 때 처음 비올라를 손에쥐었다.
“바이올린을 먼저 배웠지만 일찍부터 비올라의 어둡고 따듯한 소리에이끌렸어요. 인간의 목소리에 가까운, 풍부하고 깊이 있는 소리가 말을 걸어오는 듯했죠.
그 차분한 힘에 매료되었어요. ”여러 콩쿠르에서 수상하며 독보적 경력을 쌓은 그는 1995년 ‘예루살렘 콰르텟’을 창단했다.
예루살렘 콰르텟은 현악사중주의 전통을 독창적 방식으로 계승하는 젊은 음악가 그룹으로 실내악의 대중화에 앞장섰다는 평을 듣는다.
17년간 이 팀을 이끈 아미하이 그로츠는 2010년 베를린 필하모닉에 입단해 현재 제1 비올라 수석 연주자로 활약하고 있다.
“다양한 음악적 여정을 즐기지만, 매번브람스와 슈베르트의 세계로 돌아가곤 합니다. 수없이 반복해 들어도 언제나나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요.
”여기저기서 러브콜이 빗발치는 만큼 솔리스트로서의 활동도 활발하다. 특히실내악 협업에 애정이 깊어 전 세계 여러 연주자들과 꾸준히 작업을 이어가고있다.
최근에는 주빈 메타, 다니엘 바렌보임, 사이먼 래틀 경, 투간 소키예프,클라우스 메켈레, 나탈리 스튀츠망, 잉고 메츠마허, 리오넬 브랑기에, 아리엘주커만 등과
협연을 진행했다. 그동안 그는 핀란드 방송교향악단, 바르샤바 필하모닉, 덴마크 내셔널 심포니, 스웨덴 방송교향악단, 도쿄 메트로폴리탄 심포니,
바르셀로나 심포니, 아일랜드 내셔널 심포니, 취리히 체임버 오케스트라 등과 협연했다. “협업은 일종의 마법 같아요.
연주자 간 협업에서 중요한 건 정확히 연주하는 것뿐만 아니라 함께 호흡하고 조율하는 과정 때문이죠.
각자 자신만의 이야기와 해석을 내놓고 이를 공유하면서 예상치 못한 새로운 결과물을만들어냅니다.
비올리스트로서 저는 종종 그 대화의 중심에 서는 특권을 누리곤 해요.” 다양한 국가 및 문화권의 음악가들과 함께하다 보니 잊지 못할 경험도 많다.
“남미의 어느 외딴 마을에서 예루살렘 콰르텟과 함께한 공연이 기억에 남네요. 청중과 뜨거운 감동을 나누며 언어와 문화를 초월하는 음악의 진정한 힘을 실감했죠.
또 다니엘 바렌보임, 우치다 미쓰코, 자닌 얀선 등과 함께 연주하며 문화적 정체성이 어떠한 음악적 역량으로 승화되는지 가까이에서 보고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미하이 그로츠는 올해 초 베를린 필하모닉 무대에서 한국 작곡가 신동훈의새로운 비올라 협주곡을 초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항상 도전할 수 있는기회와 새로운 레퍼토리를 찾고 있어요. 특히 비올라를 위한 창작곡에 관심이많습니다. 목소리를 확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여기거든요.
솔로 작업과 오케스트라를 병행하는 것도 음악 활동에 창조적인 영향을 줍니다.” 올해도 정기 공연과 페스티벌 등 연주 일정이 빼곡하다.
서울을 비롯한 세계 여러 무대에서 그의 선율을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해도 좋을 듯하다.
아미하이 그로츠는 오는 6월 열리는 신세계 페스티벌에 대해서도 기대를 드러냈다. “세계적 수준의 음악을 다양한 관객에게 선보이려는 페스티벌의 비전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렇게 의미 있는 행사에서 동료 음악가 김선욱과 함께할 수 있어 매우 기쁩니다. 김선욱은 정말 열정적이고 통찰력 있는 연주자예요.
우리는 음악에 대한 철학이 비슷하고, 둘 다 음악을 통한 소통과 이해에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있죠. 클래식 음악의 힘을 더 많은 청중과 공유할 수 있는
멋진 기회가 될 것으로 믿습니다.” 그는 2020년에도 김선욱과 손잡고 〈슈베르트, 쇼스타코비치&파르토스〉 앨범을 발매한 바 있다.
이번 신세계 페스티벌 공연에서 그가 추천하는 감상 포인트도 두 사람이 실시간으로 만들어낼 마법이다. “라이브 공연을 할 때는 항상 특별한 에너지가 생겨요.
김선욱과 함께 작품의 새로운 경지를 탐구할 생각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관객들도 우리의 케미스트리를 기대하지 않을까요?
공연 내내 음악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 주목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음의 변화를 넘어 그 사이의 고요함, 연주자의 숨소리, 음악의 색깔까지 느껴보세요”.
피아니스트 김선욱
김선욱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졸업하고 영국 왕립음악원 지휘 석사과정(MA)을 마친 후 2019년, 영국 왕립음악원 회원(FRAM)이 되었다.
2004년 독일 에틀링겐 국제 피아노 콩쿠르, 2005년 스위스 클라라 하스킬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에 올랐으며,
2006년 리즈 콩쿠르 우승자로 국제 무대에 이름을 알렸다.
2013년 독일본에 위치한 베토벤 생가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되었다.
여름의 서곡, 신세계 페스티벌
싱그러운 초록의 계절이 시작되는 6월, 음악이 건네는 소리에 귀 기울여보자.
풀빛으로 차오르는 풍경의 아름다움을 깊이 경험할 수 있는
신세계 페스티벌의 실내악 공연 〈Special Duo&Quartet〉으로 초대한다.
오는 6월 1일, 신세계 페스티벌은 여름을 맞이해 신세계남산 트리니티홀에서 실내악 공연 〈Special Duo&Quartet〉을 개최한다. 피아니스트 김선욱과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츠,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첼리스트 문태국 등 실내악에 순수한 열정을 지닌 뮤지션 4인이 함께해 그들만의 친근한 음악적 대화를 들려주는 자리다.
김선욱과 아미하이 그로츠의 시너지
세계적인 명성의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지휘자이자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음악 감독으로 활동 중이며, 2021년 지휘자로 데뷔한 이후 유럽 체임버 오케스트라, 본머스 심포니, 마카오 오케스트라 등 세계 여러 오케스트라를 객원 지휘했다. 오케스트라 정기 공연의 협연자로도 활약할 뿐만 아니라 여러 솔리스트와 듀오 리사이틀, 독주 등 세계 곳곳에서 피아노와 지휘를 넘나들며 예술가로 활동 중이다. 이번 공연을 함께하는 비올리스트 아미하이 그로츠는 세계 최고의 오케스트라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수석 비올리스트로, 오케스트라 연주뿐만 아니라 실내악, 리사이틀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비올리스트다. 2020년 첫 독주 음반을 클래식스 레이블을 통해 발매했는데, 이 음반의 피아니스트로 함께한 아티스트가 바로 김선욱. 오랜 시간 음악으로 소통하며 우정을 쌓은 두 뮤지션의 협연을 실황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흔치 않기에, 이번 공연을 통해 이들의 환상적인 파트너십은 물론, 해당 음반에 수록된 곡을 1부의 연주곡으로 만나는 감상의 즐거움까지, 신세계 페스티벌의 공연만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묘미를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협연의 선율로 만나는 슈베르트와 브람스 공연을 시작하는 첫 곡은 이스라엘 작곡가 외된 파 르토스의 ‘이즈코르(추도식)’다. 깊은 애도를 담은 선율이 흐르며, 비올라와 피아노가 만들어내는 묵직한 정서가 돋보이는 곡. 이어서 연주될 작품은 슈베르트의 ‘아르페지오네 소나타’로 특별히 이번 공연에서는 비올라로 편곡되는 것이 포인트다. 아미하이 그로츠 특유의 깊은 표현력과 김선욱의 서정적인 연주로 재탄생한다. 2부에서는 요하네스 브람스의 피아노사중주가 무대에 오른다. 이 곡은 브람스의 젊은 시절 열정과 내면의 갈등이 담긴 걸작으로,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과 첼리스트 문태국이 함께한다. 진중한 내면적 감성, 그리고 이것을 표현해내는 섬세한 음색의 소유자 바이올리니스트 김재영, 아미하이 그로츠의
중성적인 음색 속에 풍부한 울림을 지닌 문태국의 깊이 있는 선율, 그리고 김선욱의 다이내믹한 연주가 어우러져 브람스 특유의 풍부한 감성과 드라마틱한 전개를 선보인다.
SHINSEGAE FESTIVAL
SPECIAL DUO&QUARTET
날짜 6월 1일(일) 17:00~18:40
장소 신세계남산 트리니티홀
신청 기간 5월 13일(화)~29일(목)
대상 등급 플래티넘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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