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IS BACK
2023년 현재, 전 세계 어디에서나 짧은 크롭트 티와 넉넉한 실루엣의 패러슈트 팬츠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이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키치한 헤어스타일과 함께 필름 카메라 또는 디지털 캠코더를 들고 다니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1990년대를 풍미했던 청춘 시트콤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느낌까지 들곤 한다. MZ세대는 대체 1990년대에 왜 이리 열광하는 것일까? 그 이유가 무엇이든 간에 발 빠르고 영민한 디자이너와 셀러브리티들은 런웨이와 SNS를 통해 이 트렌드에 적극 동참하며 Y2K의 강력한 부활을 알려왔다. 핑크색 트랙 슈트나 카고 팬츠 등 패션 아이템에서 시작된 Y2K 트렌드는 현재 뷰티와 음악, 공간에이르기까지 일상생활의 모든 곳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이처럼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하나의 문화적 코드로 자리 잡은 Y2K는 기존 것과 새로운 것의 만남을 통해 현재도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01
DRAMATIC HOOP
‘버스 손잡이’라 놀림받곤 했던 추억의 액세서리 후프 이어링이 트렌드 반열에 올랐다. 센 언니들의 전유물이라 오해도 받았지만, 영민한 디자이너들은 커다란 후프 이어링을 다채로운 컬러로 선보이며 Y2K 트렌드에 힘을 실었다. 똑같은 실버 후프 이어링이라도 마린 세르처럼 화려한 패턴의 룩이나 선글라스와 매치하면 세기말 분위기를, 톰 포드의 스타일링처럼 스팽글 드레스에 연출하면 글래머러스한 느낌을, 질 샌더의 미니멀한 룩과 매치하면 정제된 1990년대 이미지를 순식간에 완성할 수 있다.
FENDI • 로고 이어링 • 70만원대
02
90’S HAIR STYLE
1990년대를 풍미한 1세대 아이돌의 단골 헤어인 일명 더듬이 머리부터 깻잎 머리까지 강력한 트렌드로 돌아왔다. 더듬이(?) 부분을 땋거나 브리지 염색을 하기도 하고, 깻잎 머리에는 키치한 똑딱핀을 더하거나 젤을 활용해 슬릭하게 이마에 붙이는 식. 두 헤어 모두 헤어밴드나 곱창 밴드, 헤어 핀 등을 더하면 Y2K 무드가 더욱 강조된다. 촌스러울수록 더욱 힙하게 느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 것.
03
UNIFORM IN REALWAY
스포츠 유니폼에서 힌트를 얻은 룩의 유행은 그리 드문 일이 아니다. 하지만 축구와 모터사이클 등 스포츠 저지를 활용한 블록코어 트렌드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런웨이가 아닌 SNS를 통해 바이럴되기 시작한 트렌드로, 현재 전 세계 트렌드세터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기 때문. K-팝 스타들의 뮤직비디오는 물론 헤일리 비버, 로살리아, 두아 리파 등 현재 트렌드의 최전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셀럽들의 SNS에서도 블록코어 룩을 심심찮게 확인할 수 있다. 그중에서도 축구 유니폼은 어떤 하의와 매치해도 찰떡궁합을 자랑하지만, 넉넉한 핏의 로 라이즈 팬츠와 매치할 때 가장 완벽한 Y2K 룩이 완성된다.
GUCCI • 트랙 톱 • 2백50만원 / 트랙 쇼츠 • 1백40만원
04
LOGO UNDERWEAR
1990년대를 풍미했던 로 라이즈 팬츠의 귀환과 함께 언더웨어를 과감히 드러내는 노출 스타일링이 빅 트렌드로 떠올랐다. 그때 그 시절, 캘빈 클라인 캠페인에서 청바지 속 언더웨어를 살짝 보여주었던 케이트 모스처럼 말이다. 이 트렌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건 단연 미우미우. 언더웨어의 밴드 부분만 드러낸 미우미우와 발렌시아가 등 순한 맛 버전부터 팬티의 끈 부분과 치골을 시원하게 드러낸 자크뮈스, 벨라 하디드의 ‘매운맛’ 스타일링까지 그 면면도 다채롭다.
05
Y2K TECHNOLOGIES
지글지글한 노이즈가 가득한 흐릿한 화질의 디지털카메라와 캠코더, 일회용 필름 카메라가 젠지들의 필수품이 되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가 사용했던 디지털카메라는 작은 사이즈 덕에 마치 패션 아이템처럼 소비되는 양상을 보인다. 여기에 헤드폰도 빠질 수 없다. 목이나 가방에 슬쩍 걸치는 것만으로도 레트로한 분위기를 완성할 수 있어 일종의 패션 아이템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 최근에는 줄 이어폰이 다시 등장하며 레트로 트렌드에 합류했다. 헤드폰을 액세서리처럼 활용한 샌디 리앙, CD 플레이어와 헤드폰을 착용한 캠페인을 공개한 앰부쉬 등 여러 브랜드가 해당 트렌드와 사랑에 빠졌다.
06
GO PANTSLESS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하의 실종 트렌드가 화려한 컴백을 알렸다. 예전엔 짧은 하의에 긴 상의를 매치해 하의가 보이지 않는 것을 의미했지만, 다시 돌아온 이 트렌드는 더욱 과감해진 모습이다. ‘실종’이라는 단어에 어울리게 정말 하의를 생략한 것처럼 보이기 때문. 속옷과 유사할 정도로 극단적인 실루엣이 특징이지만 생 로랑, 막스마라, 코페르니 등 수많은 브랜드에서 선보이며 진정한 팬츠리스 시대의 개막을 알려왔다. 특히 로에베의 룩은 브리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릴 정도지만, 여기에 박시한 아우터를 매치한 카일리 제너의 룩이 무척이나 쿨해 보인다는 건 모두가 인정할 수밖에 없을 듯!
07
POCKET GIRLS
주렁주렁 주머니를 달고 아슬아슬하게 골반에 걸치며 보이시한 매력을 뽐냈던 카고 팬츠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예전에는 밀리터리 스타일에 충실했다면 2023년 버전의 카고 팬츠는 형태가 매우 다양하다. 데님과 새틴, 나일론 등 소재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헐렁한 실루엣부터 타이트한 실루엣, 쇼츠, 스커트 버전 등 카테고리도 다양하다. 이러한 카고 팬츠의 열풍 덕분일까? 2023년 S/S 시즌에는 유독 빅 사이즈의 포켓 디테일도 런웨이를 점령했다. 여러 포켓을 더한 드레스를 선보인 루이 비통, 힙색 스타일로 스커트에 포켓을 더한 미우미우 등 다채로운 포켓 디테일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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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G CHARM POINT
‘다꾸’부터 ‘폰꾸’까지, 그야말로 꾸미기가 대세다. 이러한 열풍은 단순히 다이어리와 휴대폰에 국한하지 않는다. 백팩에 주렁주렁 인형을 달거나 핸드백을 참으로 장식하고 심지어 뷰티 파우치, 팩트, 립스틱 케이스도 개성에 맞게 꾸민다. 젠지는 물론 키덜트의 취향을 저격하기 위해 하우스 브랜드들은 너나없이 귀여운 백 참을 선보이며 꾸미기 열풍에 동참하고 있다. 영화 〈그렘린〉의 기즈모 인형을 매치한 가방을 선보인 구찌와 바게트 백의 미니 버전을 참으로 선보인 펜디가 대표적이다. 이들의 귀여운 액세서리를 보고 있노라면 “귀여움이 세상을 구한다”는 말이 십분 이해된다.
CASETIFY • 비즈 스트랩 • 5만원
09
CYBER EFFECT
지난 몇 시즌을 강타한 레트로 트렌드에 뷰티 신도 예외는 없다. 그중에서도 세기말 분위기가 가득 느껴지는 메탈릭 메이크업은 이번 시즌 강력한 키워드 중 하나. 사이버틱한 실버 컬러 섀도를 눈꼬리와 앞머리에 포인트로 바른 질 샌더와 끌로에, 강렬한 골드 컬러를 눈 주변에 전체적으로 바른 드리스 반 노튼의 메이크업은 모던한 분위기마저 풍긴다.
M·A·C • 엑스트라 디멘션 아이섀도우 #이브닝그레이 • 1.3g, 4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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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STALGIA MUSIC
레트로 트렌드에 음악 이야기도 빠질 수 없다. 최근 몇 년 동안 음악 트렌드로 크게 사랑받고 있는 신스팝이 대표적인 예. 신시사이저 팝의 줄임말로 느긋하면서도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랑한다. 이 장르가 다시 돌아온 까닭은? 빠르고 정신없는 비트 사이에서 편안하게 들리는 멜로디가 색다르게 느껴지기 때문. 특히 두아 리파의 〈Future Nostalgia〉와 위켄드의 〈After Hours〉는 신스팝의 매력을 일찍 알아본 앨범이다.
두아 리파 앨범 〈Future Nostalg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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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IM ON DENIM
상·하의를 모두 데님으로 맞추는 청청 패션은 그리 새로울 게 없는 트렌드지만, Y2K 광풍과 만난 이번 시즌 청청 패션은 어딘가 색다르다. 빈티지한 색감의 워싱, 과감한 디스트레스드 디테일, 거기에 스터드 장식까지! 세기말 분위기를 내는 온갖 디테일이 한데 모였기 때문. 특히 블루마린은 부츠컷 실루엣 데님 룩에 데님 미니 백을 매치해 Y2K 트렌드의 선두 주자 위치를 공고히 했다.
CHANEL • 플랩 백 • 가격 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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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GH-TEEN, HIGH-SOCKS
1990년대 하이틴 영화의 주인공처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아이템, 하이 삭스와 레그 워머도 돌아왔다. 특유의 소녀적 감성을 강조하고 싶다면 디올과 샌디 리앙의 룩처럼 시어한 레이스 소재가 제격이다. 레트로 무드를 배가하려면 비베타의 룩처럼 파스텔컬러 또는 주얼 장식으로 키치함을 더해볼 것. 일상에서 레그 워머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아이템이지만, 미니스커트와 매치하면 발랄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다. 이때 레그 워머에 주름을 잡아 짧게 연출하면 하이틴 룩을 좀 더 쉽게 완성할 수 있다.
writerPark Wonjung패션 칼럼니스트
editorLee Minjung
©Getty Images, Spot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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